오피스텔 명의 넘겨 사기 방조…'부산 빌라왕' 징역 6년

부산 일대 오피스텔 세입자 62명으로부터 64억원 가로챈 혐의
재판부 "공동정범 아닌 사기 방조범…미필적 고의 인정"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지역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5일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조직적 전세사기 엄중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사실을 발언하고 있다.2023.10.5/뉴스1 ⓒ News1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부산에서 오피스텔 전세사기 범행을 저질러 이른바 '부산판 빌라왕'으로 불리는 30대가 사기 방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11단독(정순열 판사)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지역 시민사회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부산판 빌라왕'으로 알려진 이씨는 부산진구, 동래구, 사상구 등 오피스텔 세입자 62명으로부터 약 64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재판에서 자신은 배달 기사일 뿐 지인 A씨에게 오피스텔 명의를 넘겨 실제 계약 체결 과정은 모른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A씨는 별건의 혐의로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무리하게 대량의 주택을 매입한 뒤 오피스텔 계약을 한 A씨의 행위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기죄로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이씨가 전세사기 범행의 공동정범이 아닌 방조범이라고 판단하면서 배상신청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을 공동정범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며 "사기 범행을 방조한 것을 넘어 A씨와 함께 실행에 옮기려고 했다거나 지능적으로 범행을 지배했다는 공동정범으로서의 성립 요건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은 A씨에게 미필적으로나마 자신의 행위가 A씨의 범행을 용이하게 한다는 점을 인식했다"며 "전세사기는 사회초년생 및 서민들의 전 재산이자 삶의 기반을 흔드는 매우 중대한 범죄로 엄벌에 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비주거용 오피스텔 거주자로 전세사기 특별법에 따른 지원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피해자는 "관리가 안 되는 건물에 벌레가 들끓고 비가 새 거실에는 물이 흥건하다"며 "조직적 범죄에 수백명의 청년들은 평생 만져보지도 못한 큰 빚을 지게 됐다"고 말했다.

blackstam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