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20년·18년·16년…동거녀·여친 살해한 남성들 같은날 ‘중형’(종합)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부산에서 여자친구와 동거녀를 무참히 살해한 남성들이 잇따라 중형을 선고받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이진재 부장판사)는 여자친구와 동거녀를 살해한 남성 3명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중형을 선고했다. 이날 오후 선고기일에만 비슷한 살인 사건이 줄을 이었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에 따르면 30대 A씨는 지난 5월11일 부산 사상구 한 모텔에서 여자친구를 폭행한 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사건 당일 여자친구와 술을 마시고 말다툼을 하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이후 A씨는 현장에서 빠져나와 돈을 인출한 뒤 인천공항을 통해 강원도 모텔로 도주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다음날 A씨는 출동한 경찰에 의해 발견돼 붙잡혔다.

재판부는 A씨가 과거에도 중강간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재범 위험성이 '높음'을 나온 점을 주목했다.

A씨는 심리 검사에서 자기중심적 성향과 충동 성향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고, 이후에도 행위에 대한 결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충동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됐다.

이날 같은 법정에 출석한 40대 B씨도 지난 6월2일 경제적 문제로 사실혼 관계의 동거녀를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16년을 선고받았다.

B씨는 동거녀와 생활비 등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가 "죽여봐라 못 죽이지"라는 동거녀의 말에 격분해 주방 서랍에서 흉기를 꺼낸 뒤 신체를 찔러 살해했다.

B씨는 재판부에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데 과음하다 보니 하지 못 할 짓을 저질렀다"며 "자수한 점을 참작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B씨가 과거 폭력 등 혐의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는 등 높은 폭력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보면서도, 범행 이후 경찰에 신고해 피해자를 구호 조치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마찬가지로 20대 C씨도 지난 6월8일 부산 강서구 오피스텔에서 생활비 문제로 동거하던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C씨는 여자친구와 평소 생활비 문제로 다퉈왔고, 사건 당일에도 몸싸움까지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여자친구의 카드로 담배와 커피 등을 구입할 뿐만 아니라 목걸이와 팔찌 등까지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

C씨의 경우 과거 장기간 폭력에 노출되면서 분노가 내재돼 사소한 이유로도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을 것으로 재판부는 판단했다.

벌금형을 초과한 형사 처벌을 받은 적은 없으나, 사회적 교류가 원활하지 않음에 따른 불안정한 정서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이날 3명에게 공통적으로 "절대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사람의 생명을 침해해서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가한 것으로 살인죄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피해자 유족들에게 진정한 사죄의 마음을 전하거나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않아 용서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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