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뿔뿔이 흩어지고 모텔 전전"…갑작스러운 화재로 이웃들도 '날벼락'

부산 개금동 아파트 화재 여파…위·아래 세대 수리비만 수백만원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한 아파트 6층 내부. 천장 누수로 떨어진 물이 대야에 고여있다. (주민 제공)

(부산=뉴스1) 박상아 노경민 기자 =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다문화가정 일가족 2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이웃 주민들도 임시 거처를 전전하며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집 안 수리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점에 걱정이 앞선다.

1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불이 난 7층과 인접한 6층과 8층 세대는 화재 진압 과정에서 뿌린 다량의 물과 화재 연기로 집안 천장이 누수되거나 곳곳이 그을리는 등 피해를 입었다.

어린 딸이 있는 6층 A씨 부부는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 금전적으로 사기 피해를 당한 상황이라 막막함이 앞설 뿐이다.

A씨는 "모텔을 전전하면서 지내고 있는데, 7살 딸을 숙박시설에 같이 데려가기 애매해서 애 엄마와 함께 친정집에 머물게 했다"고 토로했다.

이들의 걱정은 거처뿐만이 아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는 연식이 약 30년 된 노후화된 아파트로, 아파트에서 단체 가입된 화재 보험만으로는 수리 비용이 전액 지원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수리비의 약 3분의 2만 보험 지원되고, 나머지는 개인 사비로 충당해야 한다.

A씨는 "천장 누수 수리비 등 책정된 수리비만 3000만원이다. 원래 5000만원이었다가 정말 필요한 부분만 수리하려고 금액을 줄이고 또 줄였다"고 말했다.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한 아파트 7층에서 난 불로 화재 진압 과정에서 뿌려진 다량의 물로 인해 6층 천장이 누수된 모습. (주민 제공)

8층에 거주하는 B씨의 사정도 매한가지다. B씨는 "아랫집에서 아직도 매캐한 냄새가 올라와 불편하다"며 "7층을 어서 치워야 하는데 못 치우고 있으니까 굉장히 불편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오늘까지만 숙박업소에서 자고 내일부터는 집에서 자려고 한다"며 "그래서 오늘 청소라도 조금 하려고 일찍 퇴근했다"고 말했다.

10층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7층에서 올라오는 매캐한 연기를 견디지 못해 고향인 밀양으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진구에 따르면 화재로 임시 거처 시설에 대피한 가구는 5세대 16명이다.

지자체에서는 불이 난 7층 세대에 대해선 시민 안전 보험 안내 등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인근 피해를 당한 이웃 주민들에 대해선 별다른 지원 대책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청에서 화재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지원하는 것 외에는 지원받을 방법은 없다.

부산시 관계자는 "피해 유족에 대한 행정적 서비스나 향후 지원책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인근 주민들에 대한 지원책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오후 4시15분께 부산진구 개금동 한 아파트 7층에서 불이 나 당시 집에 있던 일가족 3명 중 베트남 국적 C씨의 남편과 모친 등 2명이 숨졌다.

이들은 연기를 피해 빨랫감을 묶어 발코니에 매달렸으나 끝내 추락했다. 살아남은 아들 D군(4세)은 발목 등을 크게 다쳐 치료 중이다.

blackstam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