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수 있는 곳 어디냐"…지역화폐 사용처 제한, 농촌지역 주민 불만 고조
연 매출액 30억 초과 제외 "농협마트 사용불가"
"사용처 줄면 지역민 외면, 농촌지역 영향 클 것"
- 박민석 기자
(경남=뉴스1) 박민석 기자 = "명절 앞두고 장 볼때나 주유할 때 요긴하게 썼는데 올해는 안 사려구요"
경남 창원에 거주하는 김정임씨(53·여)는 올해 추석을 앞두고는 지역사랑상품권을 구매하지 않을 생각이다.
정부방침에 따라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사용처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2월22일 행정안전부는 '2023년 지역사랑상품권 지침 개정사항'을 발표하고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연 매출액 30억원 이하인 경우에만 가맹점 등록을 허용하고 각 지자체별 여건에 따라 소상공인 지원 취지에 맞지 않는 업종도 함께 제한하도록 권고했다.
13일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 6월30일까지 거제시를 제외한 경남도와 도내 17개 시·군은 연 매출 30억원을 초과한 사업장을 지자체별로 발행하는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처에서 제외했다. 거제시의 경우 10월2일부터 변경된 지침이 반영된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사용처를 제한하면서 지역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 내 맘카페나 부동산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주유소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을 쓸 수 없다고 한다", "올해 지역사랑상품권을 쓸 수 있는 곳은 어디냐" 등의 게시글도 다수 올라왔다.
농촌지역의 경우 시민 불편이 도시지역보다 늘었다.
마트나 주유소 등 소비 인프라의 상당 부분을 농협에 의존하는데 지역농협이 운영하는 사업장의 경우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매출이 합산 적용돼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처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거창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최창수씨(60)는 "다만 몇 만원이나마 영농자재를 살 때 할인이 되는 것 때문에 상품권을 써왔는데 이제 사용하기 힘들 것 같다"며 "상품권을 쓰려면 인근 도시로 나가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창녕에서 마늘 농사를 짓는 김도하씨(57)는 "농촌에서는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없어지니 쓰기 힘든 점도 있다"며 "농사 지은 작물의 판매를 농협에 맡기는 농민들은 이번 조치로 판매가 안되면 소득이 줄어들까 걱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남농협에 따르면 정부의 지침 개정으로 도내 하나로마트 330개소, 농협주유소 83개소, 영농자재백화점 269개소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을 사용할 수 없다.
지역농협 관계자는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해 지역사랑상품권을 시작했는데 사용처가 줄어들면 지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며 "이번 조치가 농산물 생산과 판매, 영농자재, 면세유 구입 등 농촌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pms440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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