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실패에 어린 자녀들과 극단선택 시도한 아버지[사건의재구성]

쌓이는 채무에 자녀들과 극단 선택 결심
재판부 "자녀 생명 부모 것 아냐" 징역 3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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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뉴스1) 강정태 기자 = "인간의 생명을 넘어설 수 있는 그 어떠한 가치도 존재할 수 없다. 생명을 잉태해 낳게 된 사정이 개개인마다 다르다고 하더라도, 일단 태어난 생명은 그 부모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존귀하고 절대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 전 자신이 키우던 어린 자녀 2명을 살해하려 한 40대 남성에게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의 지적이다.

A씨는 2018년 아내가 사망한 이후 혼자 딸 B양(16)과 아들 C군(11)을 돌보며 지내던 중 해외투자 실패로 과도한 채무를 부담하게 됐다. 불어나는 채무에도 해외투자를 그만할 수 없었던 A씨는 2022년 12월 다니던 직장마저 그만두고 해외투자에 집중했다.

그럼에도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하고, 홀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채무가 쌓이자 결국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결심했다.

A씨는 비정하게도 자신의 계획에 어린 자녀들까지도 포함시켰다. 자신이 죽고 나면 몸이 좋지 않은 자신의 부모님이 자녀들의 양육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1일 밤, A씨는 치킨을 배달시켜 C군에게 먹인 뒤 안방에서 재웠다. B양은 안방에서 자는 것을 거부해 자신의 방에서 잤다. 다음날 오전 5시쯤 자녀들이 모두 잠이 든 것을 확인한 A씨는 이틀 전 마트에서 구입한 착화탄 8개를 집안 곳곳에 피우고 안방에 누웠다.

그러나 A씨의 계획은 잠에서 깨 연기를 발견한 C군이 착화탄에 물을 부어 끄고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면서 미수에 그쳤다.

A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지난 4월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우울증으로 인한 심신미약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을 맡은 창원지법 형사4부 장유진 부장판사는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적 있다는 자료를 찾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의 사정이 피해자들의 생명 침해를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 없고, 피해자들 모두 미성년자로 범행에 취약했던 점,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와 검찰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현재 이 사건은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jz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