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찾으며 불안감에 엄마 품에만"…침통한 부산 아파트 화재 유족들
베란다에 빨랫감 묶어 매달려 있다 추락…아이 살았지만 발목 큰 부상
유족 "어디서 지내야 할지…아빠 없이도 잘 살아야 할 텐데"
- 노경민 기자, 박상아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박상아 기자 = "살아남은 아이가 '아빠 어디갔어, 빨리와'라며 계속 아빠만 찾고 있어요"
12일 오전 부산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아파트 화재 사망자의 유가족들은 숨진 가족을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9일 부산진구 개금동 한 아파트 화재로 7층에서 추락해 숨진 4살 아이 아버지 C씨(45)의 고모 A씨와 친동생 B씨는 <뉴스1>에 안타까운 사고 당시를 회상했다.
A씨는 "정말 착하고 인정도 많은 아이의 아빠였다"며 "화재로 인해 현관문 밖으로 나오지 못해 빨랫감을 묶어 베란다에 매달려 있었다. 장모 분이 먼저 떨어지고 2분 정도 후에 애 아빠도 아이를 꼭 감싸 안은 채 떨어졌다더라"고 말했다.
C씨에 대한 부검에서 추락 여파로 머리를 크게 다친 것으로 나왔다.
화재 당시 시장에서 과일을 팔고 있던 베트남 국적의 아이 엄마 D씨 말고는 C씨와 아이, C씨의 장모 E씨(57) 모두 집에 있었다고 한다.
아이가 한참 뛰어놀 나이인지라 집 안에 층간 소음 방지용 매트도 많이 설치해뒀다고 한다. 유족들은 발화 추정 지점은 작은방에 매트 말고는 불이 붙을 만한 물건이 없었다고 말했다.
유족에 따르면 C씨와 D씨는 6년 전 소개로 만나 결혼했다. 원래 작은 평수에서 신혼 생활을 하다가 2년 전 아이를 돌봐줄 E씨와 함께 살기 위해 좀 더 큰 평수로 이사갔다. 안타깝게도 이사한 곳이 불이 난 곳이다.
C씨는 새벽 3시 도매시장에서 과일을 가져오고, D씨는 과일을 시장에서 팔았다. 주민들도 '열심히 사는 부부'여서 친근하게 잘 지냈다고 한다.
아들은 사고로 발목을 크게 다쳐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잘 끝났다고 하지만, 13일에도 한 차례 더 추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
화마에 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낸 아들은 지금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내내 아버지를 찾고 있다고 한다. 사고로 불안한 마음에 어머니와 꼭 붙어 지내고 있다.
A씨는 "애가 얼마나 놀랐으면 엄마랑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원래 다른 곳에서 장례를 치르려 하다가 아이 때문에 치료 받은 병원에서 장례를 치르게 됐다"며 "애 엄마도 베트남에서 온 엄마를 먼저 떠나보냈는데 장례식장과 병원을 왔다갔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로 한 살 터울의 친형을 잃은 동생 B씨도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나이차가 많지 않았던 덕에 친구처럼 지냈다고 한다.
B씨는 "서로 학교가 달랐는데도 형 친구들과 제 친구들이 항상 같이 어울려 다니며 친하게 지냈다"고 말했다. 장례식장에도 그의 친구들이 찾아왔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유족들은 집이 불 타면서 장례 이후 어디에서 머물지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한다.
이들은 "아이 수술이 잘 끝나고 아빠 없이도 잘 살아야 할텐데…"라며 "어려운 난관을 잘 이겨나가야 할텐데 어디에서 지낼지 참 고민이 크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 9일 오후 4시15분께 난 불은 아파트 단지 내 이중주차 등 문제로 소방차 진입이 약간 늦어지면서 화재 발생 30여분만에 불이 꺼졌다. 아파트에는 경량칸막이, 스프링클러 등 안전 장치도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파트 입주민 측과 관할 지자체는 이들을 위한 모금 및 지원책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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