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200억대 전세사기…피해자 "HUG만 믿었는데 나몰라라"
보증공사 "허위 임대차계약서 뒤늦게 확인…개인간 계약 서류 확인 어려워"
세입자들 "전화 한통이면 진위여부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
- 손연우 기자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최근 부산에서 오피스텔 180호실을 소유한 임대인(40대)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을 챙겨 잠적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피해자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 수영구의 한 오피스텔 세입자 A씨는 지난달 말 HUG로부터 보증보험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올해 초 보증보험에 가입한 뒤 8개월 만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임대인은 돌연 잠적했으며 해당 물건들은 곧 경매에 넘어갈 예정이다.
A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세입자들은 대부분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구당 보증금은 대부분 1억~1억6000만원 수준이며 집주인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은 7채 180여 세대로 피해금 규모는 200억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HUG측이 보험 가입을 해지한 이유는 임대인이 보증보험 가입 규정을 맞추기 위해 실제 보증금보다 적은 금액으로 계약서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HUG측이 이 사실을 수개월이 지나 뒤늦게 발견, 그 사이 HUG를 믿고 계약을 진행했던 세입자 수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임대인이 HUG에 제출한 허위 임대차 계약서는 전체 180세대 중 일부 세대에 해당하지만 해당 건물 전체가 하나의 담보로 묶여있는 공동담보 물건이다 보니 정상적인 계약서가 제출된 세대까지 보증보험 가입이 해지되면서 피해는 더 커졌다.
세입자들은 "HUG가 처음 서류 심사 단계에서 이같은 사실을 알았다면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했을 것이고 세입자들은 계약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피해자 B씨는 "근저당 설정이 돼 있어도 보증보험만 믿고 계약을 했는데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나. HUG마저 이러면 세입자들은 도대체 누굴 믿고 전세 계약을 해야 되냐"고 하소연했다.
이어 "세입자들과 전화 한통이면 임대차계약서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데 가만히 앉아서 안일하게 일하다 뒤늦게 일방적으로 가입 취소 통보를 한다는 게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피해자 C씨는 "HUG가 자체 확인 절차없이 접수된 서류만 믿고 일을 하다 피해자만 늘었다. 앞으로 이런 방식으로 계속 일한다면 임대인들이 이를 악용해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보증보험 서류 심사 시 각 주민센터 등에 세입자가 제출한 임대차계약서 포함 전입신고 서류를 확인하거나 세입자로부터 직접 임대차계약서 제출을 요구해 임대인이 제출한 계약서와 대조·확인만 해도 전국에서 피해자는 대폭 줄어들 것"고 주장했다.
HUG 관계자는 "보증보험 서류 중 확인할 수 있는 문건에 대해서는 확인하고 있지만 사인간 작성된 임대차 계약서에 대해 기관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피해 구제 방법 등에 대해서는 전세 피해대책센터를 통해 진행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해당 건물들에 근저당이 설정돼 있었고 공동담보 물건의 경우 공인 중개사가 이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중 일부는 6일 임대인 감모씨를 부산 남부경찰서에 고소했다.
syw534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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