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금지 소송 각하…"국제재판 관할권 없어"(종합)
환경단체, 런던협약 등 내세워 소송 제기 2년 4개월 만에
법원 "재판권 행사 권한 없어…판결 집행 실효성 뚜렷하지 않아"
- 노경민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부산 환경·시민단체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를 금지해달라고 우리나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각하됐다. 일본 측의 방류 행위와 관련해 우리나라 법원의 국제재판 관할권이 없어 판단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부산지법 민사6부(남재현 부장판사)는 부산 환경.시민단체 회원들이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을 상대로 제기한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 금지'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각하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소송 판결은 부산 환경·시민단체가 소송을 제기한 지 약 2년 4개월만에 나온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 측이 청구 이유로 내세운 런던의정서 및 공동협약이 이번 재판에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한국과 일본 모두 런던의정서와 공동협약의 체약 당사국이긴 하지만, 이 조약들은 국가들 사이의 국제법상의 권리·의무와 국제법적 분쟁 해결 절차를 규율하고 있을 뿐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금지 청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즉 한국 또는 일본 법원이 오염수 방류 금지 청구 소송에 대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원고 측이 내세운 민법 제217조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국제재판관할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민법 제217조는 토지소유자가 매연, 액체 등으로 이웃 국가의 토지 사용을 방해하거나 거주자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에 토지를 소유하거나 거주한다는 이유로 다른 나라에서 발생하는 생활 방해 행위에 대한 금지를 우리나라 법원에 구할 수 있다고 본다면, 비슷한 소송에 관해 우리나라 법원이 국제재판 관할권이 무제한으로 확대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집행의 대상이 모두 일본에 소재해 법원 판결에 의한 집행의 실효성이 뚜렷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단체는 국제 조약인 '런던협약'을 근거로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해선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런던협약에 따르면 부속서에 나오는 준설물질 8가지를 제외한 물질은 해양에 투기될 수 없다. 원전 오염수가 해당 8가지 물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원고 측의 주장이다.
또 방사성폐기물협약을 예비적 청구 원인으로 해 '방사성 물질'인 원전 오염수를 ALPS(다핵종제거설비)로 정화하더라도 방사능 물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다는 점을 재판부에 피력했다.
방사능 허용기준치와 관계 없이 원전 오염수가 해양 투기의 금지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민법 제217조를 근거해 원전 오염수 방류가 한국 국민들이 수산물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다고도 주장했다.
도쿄전력 측은 지난해 재판부에 '한국과 일본이 육지로 접해 있지 않은데 일본에서 벌어지는 일로, 부산의 토지 사용이 방해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의견서에는 방출 관련 설비가 일본에 있는 점 등을 토대로 부산에서 재판이 열리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과 국내에서 주로 쓰는 '오염수'라는 용어에도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선고 후 원고 측은 법원 앞에서 "법원이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방류를 막아보고자 한 노력과 정성에 찬물을 끼얹어 유감스럽고 매우 실망스럽다"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이번 선고로 국가 간 협약임에도 국제적인 신의와 조약 의무를 저버리도록 사법부가 용인한 것"이라며 "국제협약에 있어 국가가 아닌 도쿄전력과 같은 개인은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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