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여친에게 ‘성관계 영상 유포’ 협박 20대…도주 3개월만에 붙잡혀

영상 유포 빌미로 4000만원 갈취…경남여성단체 "불구속 재판 중 도주" 규탄

지난 3일 경남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경남지역 57개 여성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 불법촬영 유포 협박·금품갈취' 사건 가해자의 구속과 피해자 보호 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23.7.3. ⓒ 뉴스1 박민석 기자

(김해=뉴스1) 송보현 기자 = 헤어진 여친에게 불법촬영물 유포를 빌미로 금품을 갈취한 20대 남성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중 도주한지 3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7일 경남 김해서부경찰서에 따르면, 6일 오후 7시10분께 경기도 군포시 인근에서 가해자 A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제보·수사 등을 바탕으로 인근 지역 경찰서와 공조해 검거하게 됐다면서 추가 조사 후 검찰에 인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2021년 11월 2일 당시 A씨 여자친구였던 B씨의 신고로 수사가 진행됐다. A씨는 B씨에게 장거리 연애가 힘들다며 성관계 영상 촬영을 요구하고 영상을 빌미로 폭언을 하고 금품을 갈취한 혐의를 받았다.

그러면서 돈을 제 때 마련하지 못하면 영상을 팔아 돈을 벌겠다고 하는 방식으로 B씨로부터 4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갈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측은 A씨가 극단전 선택을 종용하고 가족을 해치겠다는 협박도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과 공갈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도주 우려가 없다며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A씨는 이후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6차례나 불출석했다.

그는 지난 2022년 5월19일 열린 첫 공판에서 합의를 위한 속행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같은해 7월5일 예정된 공판기일이 변경됐다. 7월26일과 8월25일 공판에서는 눈을 다쳐 치료가 필요하다며 2차례나 불출석했다. 10월18일 열린 공판에서도 A씨가 불출석하자 재판부는 구속영장을 발부하겠다고 했다. 이에 A씨는 11월17일 열린 결심공판에 참석했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징역 3년과 추징금 몰수를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11월21일, 공판 출석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반환했다. A씨는 다른 사건으로 구속 상태로 있다가 올해 1월10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후 재판부 사정과 A씨의 코로나19 감염 등의 이유로 2차례의 기일변경과 불출석이 있었다. 지난 4월4일 재판에서도 A씨가 눈과 다리를 다쳤다며 불출석하자 다음날 5일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그가 도주한 것이 확인되자 검찰은 지명수배를 내렸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경남지역 57개 여성단체와 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은 지난 3일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 당시 경찰이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도주 우려가 없다며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이 진행됐다”고 했다.

이어 “재판 진행 중에도 가해자는 핑계를 대며 재판에 불출석하다 다른 범죄로 구속됐지만 보석으로 풀려난 뒤 재판에 참석치 않고 도주해 재판이 무기한 중지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지명수배를 내린 것만으로는 피해자를 보호할 수 없다”며 “가해자가 구속되지 않아 피해자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며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할 정도인 만큼 법을 농락한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피해자 가족은 “가해자가 법조인 집안이라 신고해도 자기는 처벌받지 않는다고 해 딸 아이는 신고할 용기를 못냈다”며 “신고하면 벌을 받게 될 줄 알았지만 구속되지도 않았고 2년 넘도록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소영 경남여성단체연합 대표는 뉴스1과 통화에서 “체포됐다는 소식은 접했다. 피해자가 잠깐 숨을 돌렸지만 여전히 불안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도주로 멈췄던 1심 재판을 속히 진행해줄 것을 사법부에 호소한다. 사건이 해결되기 전까지 피해자와 공동 대응을 이어가며 필요하다면 탄원서도 준비하겠다”고 했다.

w3t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