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장맛비 무방비…부산 해안데크길 '애물단지' 전락하나

서구 해안산책로 3년간 폐쇄, 복구 비용 10억↑
이용객 "데크길 곳곳 파손, 큰 사고 날까 걱정"

부산 서구 암남동 송도해안산책로 옆 사면에 1m 크기의 바위가 산책로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 서구 제공)2020.5.13/뉴스1 ⓒ News1

(부산=뉴스1) 손연우 권영지 박상아 조아서 기자 = 부산지역 해안을 따라 조성된 해안데크길이 태풍이나 장맛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연이어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른 복구 공사에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반복해서 구간이 폐쇄되면서 이용객의 불편과 외관상 좋지 않은 등의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7일 부산시 각 구청 등에 따르면 송도 해안산책로는 2020년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해 파손되고 산지면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곳은 부산 갈맷길로 지정돼 시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 부산명소로 홍보됐던 곳이지만 3년 넘게 폐쇄된 채로 방치됐다.

복구공사에는 약 1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구는 올해 하반기나 해안산책로 정비공사 설계용역 추진하고 내년 상반기 중 정비공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수영구 갈맷길(민락동 수변공원~망미동 수영3호교)도 2020년 태풍 마이삭과 2021~2022년 태풍 힌남로 등에 따른 피해 복구 공사에 약 6억1000만원이 들었다. 그 외 노후화로 인한 수시 보수공사 비용까지 포함하면 소요된 예산은 더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

영도구 절영해안 산책로는 지난해 태풍 '힌남노'와 올해 장맛비로 잇따라 침수돼 임시 보수를 진행했다. 현재 2000만원을 들여 실시설계용역을 의뢰했으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추가 예산을 투입해 배수로 증설 등 공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남구 이기대 해안산책로(남구 용호동 산25)는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8000만원을 투입해 태풍 '힌남노' 피해 복구 공사를 진행했다. 그 외 한해 해안산책로 보수 공사에 약 3000만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강서구 가덕도 대항항 포진지 진입 데크길 입구가 지난 장맛비 여파로 폐쇄됐다. 2023.7.29. 독자 제공

기장군, 해운대구, 강서구의 경우 데크길 노후화로 인해 매년 수천만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데크길은 관련법상 조경 시설물로 분류, 소규모 공공시설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의무 안전관리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사고가 날 경우 보상 절차 등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가 관광객 유치 등을 위해 경쟁적으로 데크길을 조성하고 있지만 정작 사고 대비 안전장치 마련에는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구 주민 40대 김영성씨는 "태풍이 올 때마다 파손되고 데크길이 폐쇄되면 시민이 이용하는 기간이 얼마나 되겠냐. 반복해서 피해를 입었던 곳이다 보니 겁이 나서 이용하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재해나 노후화 등에 따른 안전 대책없이 데크길을 무분별하게 많이 만들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기장군 거주 40대 이 모씨는 "곳곳에 나사(볼트)도 빠져있고 나무가 파손돼 아래가 보이는 곳도 있다. 사람들이 계속 이용하다 큰 사고로 이어질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파손된 부분 근처에 안내 표지판이나 임시로 막아놓던지 해야되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 구청에서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syw534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