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뺑뺑이 가능성도" 파업 장기화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셧다운되나

"구급차 뺑뺑이 발생할 수도"…경남 권역외상센터는 정식 개소 전
김영대 센터장 "중환자실 다 찰까봐 환자 가려받는 중"

부산권역외상센터.(부산대병원 제공)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부산대병원 파업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부산 유일의 권역외상센터 운영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31일 부산대병원, 부산시 등에 따르면 부산대병원 외상센터는 파업이 시작된 13일 이후 여유 병상이 단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대병원 외상센터는 외상응급실 2베드, 외상중환자실(TICU) 42베드, 외상 일반입원실 82베드로 총 120여 병상 규모로 운영돼 왔으나, 파업 이후 응급실과 중환자실만 정상 운영되고 일반입원실은 가동되지 않고 있다.

센터 특성상 보통 중환자가 '급성기'만 지나면 일반입원실로 이동해 치료를 진행하는데 일반입원실이 운영되지 않아 병상 순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중환자실 병상 확보를 위해 이들을 다른 병원으로 이동시켜야 하지만, 급성기를 지난 환자여도 중증도가 높은 데다가 이들을 관리·치료할 의료 시스템이 부재한 병원들이 대부분이라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산권역외상센터 부장단은 지난 28일 병원 내부망을 통해 "외상센터 인력만이라도 복귀해달라"는 호소문을 게재했다.

이들은 "중증외상은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발생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안다"면서 "중환자실 병상이 다 차는 순간 아무리 중하고 급한 외상환자도 수용할 수 없어 우리 지역 중증 외상환자가 구급차 안에서 뺑뺑이 도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대 센터장에 따르면 통상 중환자실 10베드를 기준으로 여유 병상을 마련해왔지만 파업 직후 평균 3~4베드만 남아있다. 특히 지난 24일에는 단 1베드만 남아 외상센터가 셧다운 직전까지 내몰렸다. 31일 기준으로는 8베드가 남아있다.

김 센터장은 "하루에 평균 3~4명의 환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언제 또 병상이 다 찰지 모른다"며 "외상센터 의료진은 매순간 마음을 조리며 현장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부산대 권역외상센터 이용자 중 25~30%가 경남지역 환자들인 만큼 부산대병원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의료공백이 인근 지역인 경남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경남지역 권역외상센터인 경상대병원의 경우 정식 개소 전이라 부산·경남지역의 외상환자를 모두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13일차 총파업 출정식'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7.25/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이에 부산대 권역외상센터는 셧다운을 막기 위해 자체적인 방안으로 비상체계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본래는 중증 의심환자도 일단 수용한 뒤 중증 외상평가(ISS지수)에 따라 기준점수(15점)가 넘는지 판단했지만 현재는 '급성기' 환자 위주로만 수용하고 있으며, 의심환자는 타 병원으로 안내하고 있다.

또 중환자실 베드가 만원일 경우 응급실 베드까지 활용할 방침이다.

김 센터장은 "중환자실과 응급실 베드마저 다 찰 경우를 대비해 부산대병원 본원 중환자실(ICU) 사용 협조 공문을 전달해 놓았다"면서도 "중증이 의심되는 데도 중요도를 따져 환자를 가려 받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노조는 이날 부산대병원에서 보건의료노조 중앙위원회와 함께 '5대 특별결의'를 발표했다. 이들은 향후 병원 측의 교섭 참여와 요구안 수용을 위해 강도 높은 파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