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땀이 줄줄"...'불볕더위와 전쟁' 코로나 선별진료소 의료진들
에어컨 작동해도 뜨거운 바람 나오기 일쑤
- 박상아 기자
(부산=뉴스1) 박상아 기자 =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나네요. 지쳐서 말도 없어져요."
폭염경보가 나흘째 발효 중인 31일 부산 부산진구보건소 선별진료소 앞. 휴대전화에는 '체감온도 최고 35도 이상, 농촌 온열질환 사망자 발생, 야외활동 자제'를 부탁하는 안전 안내 문자가 울려댔다.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경계'로 하향됐지만 선별진료소에는 여전히 많은 시민의 발길이 오가고 있다. 의료진들은 폭염 속에서도 방호복과 마스크, 장갑 등을 착용한 채 바이러스와 사투를 이어가고 있었다.
하루 평균 100~150명이 다녀간다는 부산진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담당하는 의료진은 모두 9명(평일 4명, 주말 5명)이다. 평일의 경우 2명씩 한 조가 돼 2~3시간마다 교대 근무한다.
이날 선별진료소에선 파란색 랩 가운과 페이스 쉴드 마스크를 착용한 의료진이 검체를 체취하고 있었다. 검사가 끝나면 잠깐의 틈을 타 쉴드 마스크를 벗고 에어컨 앞에서 휴식을 취했다.
의료진들은 에어컨을 마음대로 틀 수 없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한 의료진은 "진료소를 찾는 이들 대부분이 귀가 어두운 어르신인 탓에 소음이 큰 에어컨을 계속 켜둘 수 없다"며 "대화하기 위해선 에어컨을 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에어컨을 작동시켜도 더위를 물리치긴 역부족이다.
한 간호사는 "에어컨을 틀어도 너무 더운 날엔 뜨거운 바람이 불어와 소용이 없다. 기운이 없어 말조차 없어진다"고 한숨 쉬었다.
이어 휴식 시간에도 검체의 수량을 확인하거나 분류 등 업무를 하느라 사실상 쉴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검사 대기 인원이라도 발생하면 다시 현장에 투입돼야 한다.
그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나는 날씨에 랩 가운을 입고 일을 하는 게 상당히 덥고 힘들다. 현기증이 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부산에는 구·군별로 1개씩 총 16개의 선별진료소가 운영 중이다. 지난달 1일부터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하향되며 임시 선별진료소가 폐쇄됐다.
16일부터 22일 기준 부산에서 실시된 PCR 진단검사는 총 2만1299건으로 일평균 3042건에 달한다. 지난주 대비 코로나19 확진자는 일평균 3547명에서 4173명으로 한 주 사이 626명이 늘었다.
보건소 관계자는 "무더위에 일하는 의료진들을 위해 드라이아이스를 소지할 수 있는 조끼나 얼음주머니 등을 챙기고 있다"며 "최대한 인력들이 돌아가며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부산 중구 대청동 관측소(대표 관측소) 기준 기온은 32.1도, 북구 34.4도, 사상구 33.7도, 금정구 32.8도, 해운대구 32.4도로 나타났다. 기상청 관계자는 "당분간 매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있으니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격렬한 야외 활동 등은 되도록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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