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비위 행위 매년 300명 이상…솜방망이 처벌도 문제

[갈 길 먼 공직사회 개혁②] 오랜 관행 그대로 답습…죄의식 부족
성희롱·금품수수·음주운전…갑질도 조직사회 큰 문제

편집자주 ...공직사회가 낙후된 민간조직의 문화를 이끌고 사회 전반에서 개혁을 주도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민간의 경쟁력이 공직사회를 앞서나가며 공직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효율적으로 일하는 공직 사회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5회에 걸쳐 싣는다.

진주시가 지난19일 시청 시민홀에서 5급 이상 간부공무원을 대상으로 청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진주시 제공). 2023.7.19

(경남=뉴스1) 한송학 기자 = 공직사회 비위 행위는 다방면에서 꾸준히 발생한다. 금품수수, 성희롱 등과 함께 최근에는 직장 내 갑질도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의 사례들만 봐도 공무원들의 비위 행위는 끊이지 않는다. 직급과 연령대를 불문하고 다양하게 불거지고 있다.

경남 진주에서는 올해 들어 부하 여직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하는 등 성희롱만 3건이 발생했다.

지난 2월 한 간부 공무원(5급)이 직원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부하 직원에게 성희롱성 행동과 발언을 했고 4월에는 팀장급(6급) 공무원이 회식 후 부하 직원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 이달 초에도 간부 공무원(5급)이 회식 자리에서 부하 직원을 성희롱해 조사를 받고 있다.

퇴직한 전 국장(4급) A씨는 공사수주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돈을 받는 과정에서 건설 브로커와 조폭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합천군 토목직 6급 공무원 4명은 지난 1월 접대성 해외 골프 여행을 다녀와 행안부 감사에 지적되면서 군은 문제의 공무원들에게 문책성 인사를 했다.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으로 1명은 보직해임, 3명은 전보 조치했다.

함양군 20~30대 8~9급 공무원들은 음주운전, 지역민과 시비에 경찰 공무집행방해로 입건, 절도 혐의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연이어 문제가 발생하자 함양군수는 공직기강 해이를 지적하면서 무관용으로 대처할 것을 경고했다.

경남의 한 지자체 간부 공무원 B씨(4급)는 지위를 이용한 갑질 관련 부당행위가 신고돼 감사원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퇴직한 임기제 공무원 C씨에 따르면 업무 수행 중 행정절차를 지키지 않고 임의로 업무를 처리하고 부당한 업무를 지시해 문제의 B씨를 직권남용 등으로 감사원에 신고했다. C씨는 이 일과 관련해 임기제 기간 계약이 연장됐지만 부당한 업무 지시 등에 불만을 품고 결국 사직했다.

C씨 외 같은 조직의 다른 직원도 비슷한 이유로 퇴사를 결심했다가 현재 휴직으로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위 행위가 매년 줄어들지 않으면서 꾸준히 발생하는 이유는 솜방망이 처분도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회 김희곤 의원이 국무조정실로부터 제출받은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교육청, 공공기관의 5년간(2018년~2022년8월) 공직기강 점검 현황에 따르면 비위를 저지른 공직자는 무려 1603명이나 된다.

연도별로는 2018년 365명, 2019년 339명, 2020년 369명, 2021년 371명, 2022년 8월까지 159명이다. 2022년을 제외하더라도 매년 360명 이상이 비위행위로 적발돼 조치를 받았다.

비위행위는 금품수수, 공금횡령, 업무부적정, 품위손상, 기강해이다. 이 중 가장 많은 유형은 업무 관련 법 위반 등의 업무부적정이 67%, 금품수수가 13.5%, 성비위·음주 등의 품위손상이 8.2%로 뒤를 이었다.

징계 수위는 공직 배제(파면·해임), 중징계(강등·정직), 경징계(감봉·견책), 주의·경고가 있다. 가장 낮은 단계인 주의·경고가 59%, 경징계(11.7%), 중징계(0.5%), 공직 배제(0.2%) 등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금품수수, 횡령 등 심각한 비위행위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비위행위 근절을 위한 강력한 처벌로 공직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했다.

비위행위 발생 원인으로는 공직사회의 잘못된 관행에 따른 조직 문화, 신구 직원들의 가치관의 차이가 주요 문제로 분석된다.

경남의 한 지자체 감사관 출신의 공무원 D씨는 성비위 발생 원인은 행위자에 대한 문제가 가장 크지만 잘못된 조직 문화와 개인 가치관의 차이에서도 온다고 설명했다.

건설 관련 비리는 과거의 관행이 지속되면서 접대 등의 문화가 당연시 되는게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반드시 타파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D씨는 "직장 상사가 바라보는 시선과 부하 직원이 보는 시선이 확실히 다를 수 있다. 그동안 조직에서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던 행동들이 젊은 부하 직원들의 눈에는 너무나 다르게 보일 수 있다"며 "회식 자리에서의 불필요한 신체 접촉 등은 오랜 조직 문화에서 비롯된 행동일 수도 있지만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 관련 비리는 과거보다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부하 직원 때부터 몸에 익은 접대 등의 문화가 간부 공무원이 되면서도 죄의식 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며 "갈수록 투명해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개선돼야 할 점은 너무 많다"고 분석했다.

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