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 파업 13일째…5차 교섭에도 노사 '팽팽'

부산시, 파업 10여일만에 첫 현장 방문 "부작용 우려 개입 자제"
보건복지부 "의료공백 악화되면 ‘업무 개시명령’ 고려"

보건의료노조 부산지역본부 부산대병원지부 조합원들이 17일 오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아트리움 로비에서 부산대병원 파업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노조는 비정규직 직고용과 간호사 증원 등을 요구하며 독자 파업을 이어갔다. 2023.7.17/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부산ㆍ경남=뉴스1) 조아서 기자 = 부산대병원 파업이 13일째를 맞은 가운데 장기화되는 의료공백에 지자체·정부 차원의 중재자 역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부산대병원, 부산대병원노조에 따르면 전날 이뤄진 노사간 5번째 교섭도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한 채 마무리됐다.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 수석부지부장·부지부장과 부산대병원·양산부산대병원 사무국장 등 실무자 2대 2로 진행된 교섭에서 노사는 노조 측의 3대 핵심 요구(인력확충, 불법 의료 근절,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해 논의했지만 소득을 얻지 못했다.

2주 가까이 계속되는 파업에 우려했던 의료공백이 현실화되면서 지역사회도 '강 건너 불구경'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파업 12일만인 지난 24일 오전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대병원을 방문해 파업 중단과 병원 정상화를 당부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현황을 파악하고 원활한 교섭을 당부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며 "노사 양측 모두 지난주까지 교섭을 끝내고 싶었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노사 의견 대립이 팽팽해 양보의 기미가 보이진 않았다"고 말했다. 시는 현장 방문 이후 입장 표명, 공문 발송 등의 추가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부산시 관계자는 "노동쟁의조정법, 근로기준법 등 법령상 지자체가 노조 파업에 개입할 근거가 빈약하다"며 "르노삼성 사태처럼 경제적 파급 효과를 고려해 지자체 개입을 고려한 사례도 있지만 노사 갈등은 지자체가 섣불리 개입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어 보건복지부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르노삼성 파업 당시 부산 경제의 극심한 타격을 우려한 오거돈 부산시장은 르노삼성차 노사를 향해 조속한 타결을 호소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경제부시장 등이 나서 노사의 대화 자리를 마련했지만 사측의 불참으로 무산된 바 있다.

보건복지부 역시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장기 파업에 따른 의료공백에도 '업무개시명령' 등 강제적 조치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의료법 59조2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 휴업·폐업해 환자 진료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을 때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 속에 집단 휴진을 강행했던 응급실·중환자실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서를 발부한 적 있다.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관계자는 "부산·경남지역의 필수유지 업무와 의료공백 등 모니터링을 꾸준히 하고 있지만 주변 종합병원에서 대체 진료를 하고 있어서 현재로서 심각한 의료공백이라고 판단되진 않는다"며 "의료공백이 악화된다면 ‘업무 개시명령’을 고려할 순 있지만 근거 법령에 따라 (파업의) 정당성과 (의료 차질의) 상당성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정당한 쟁의권을 획득하고 파업을 진행하는 만큼 직접적인 개입은 어렵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가 처우개선, 공공의료 확충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13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일반병동 병실이 텅 비어 있는 가운데 침상에 환자복이 놓여 있다. 부산대병원은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에 대비해 지난 11일부터 중환자, 전원 불가 환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환자들을 전원·퇴원 조치했다. 2023.7.13/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가 몸을 사리는 동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픈 환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현재 부산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을 찾는 중증 환자들은 무기한 연기되는 치료와 수술 일정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부산대병원 기준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접수된 민원은 200여건에 달하며 외래 접수와 전화 상담 시 발생하는 현장 민원도 빗발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양산부산대병원 한 소아혈액종양 분과 교수는 "심장수술을 한 아이를, 백혈병에 걸린 아이를, 경련이 멈추지 않는 아이를, 투석이 필요한 아이를 (서울까지) 먼길을 보내야 한다"며 "이 지역 아이들과 부모가 양산부산대 어린이병원의 불이 꺼질까봐, 이 기간이 영영 길어질까봐 매일 노심초사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무서워서, 아파서 우는 아이를 달래는 것은 차가운 지성과 논리가 아닌 여러분의 따뜻한 손길"이라며 병원 정상화와 업무 복귀를 촉구했다.

한편 노조는 이날 오후 부산역 앞에서 '13일차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부산대병원 불법의료 증언대회'를 개최한다.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 조합원 2500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또 부산참여연대, 사회복지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도 부산대병원에 노조의 3대 요구안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힘을 보탠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