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받고 나중에 새집 사세요" 거부한 모친 불 질러 살해 아들, 징역 8년
모친 거주 주택 재개발 지역 지정돼 조합 매도…잔금 못받아
휘발유 말통 발로 차고 라이터로 방화…"피고인 진정성 의문"
- 노경민 기자, 박상아 수습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박상아 수습기자 = 주택 계약 건과 관련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집에 불을 질러 모친에게 전신화상을 입혀 숨지게 한 50대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현존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50)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15일 부산 금정구 소재 모친 B씨(70대)의 집에서 휘발유가 들어있는 20리터(ℓ)의 말통을 걷어차 거실 바닥에 쏟아지게 한 후 라이터로 휘발유에 불을 붙여 B씨에게 화상을 입혀 패혈성쇼크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B씨는 자신이 살고 있던 주택이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이 주택을 재개발조합에 판매했다. 이후 조합에서 받은 계약금으로 새집 매수에 필요한 계약금을 지급했다.
그런데 조합으로부터 매도 계약에 따른 잔금을 받지 못하자 새집 계약에 필요한 잔금을 내지 못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때 A씨는 새집에 쓴 계약금을 포기하고 조합에서 잔금을 받은 후 그 돈으로 새집을 매수할 것을 권유했으나 B씨는 끝내 거절했다.
A씨는 범행 당일 모친이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입했다. 이때 가족에게 "끝장낼 거다"라는 살인을 암시하는 듯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이후 A씨는 집으로 돌아와 휘발유가 들어있는 말통 입구를 열어둔 채 B씨에게 '나중에 다른 아파트를 매수하라'고 요구했지만, B씨가 또다시 거절하자 "제가 이렇게 살면 뭐 하겠나"라고 화를 내며 말통을 걷어찼다.
A씨는 B씨의 제지에도 주방에 있던 라이터를 들고 불을 붙여 주거지 곳곳을 불 타게 하고, 심지어 B씨의 몸에까지 불을 번지게 했다. B씨는 3주간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세상을 떠났다.
A씨는 재판에서 B씨에게도 불이 옮겨붙을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해당 사건이 단순 건조물방화치사 사건을 넘어 '존속살인'에 준하는 엄중한 범행으로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불이 붙을 것을 예상한 채 라이터를 사용해 불을 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는 아들이 벌인 일이라 원망조차 하지 못한 채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여전히 범행을 축소하고 있어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는지 의심스럽다"고 판시했다.
blackstamp@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