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 독자적 파업 강행…"암환자 퇴원조치로 요양병원에"
노조 "17일부터 강도 높여 무기한 파업 돌입"
"치료 절실한 환자를 볼모 삼아" 시민들 분통
- 손연우 기자,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손연우 조아서 기자 = "70대 암환자가 부산대병원에서 퇴원조치 돼 요양병원으로 갔어요."
어머니(70대) 진료를 위해 지난 14일 부산대병원을 찾았던 40대 A씨는 "어머니 친구분이 암으로 부산대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퇴원 조치됐다. 중환자들은 남게 한다던데 암환자를 내보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른 병원에서 암 환자 잘 받아주지도 않는다. 요양병원으로 간 것 같은데 환자들 입장에서는 황당하다"고 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가 14일 오후 5시를 기해 총파업 종료를 선언했지만 부산대병원과 경남 양산부산대병원 소속 조합원들은 '무기한 파업을' 선언하고 독자적으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부산지역에서는 파업에 동참했던 8개 병원 중 7개 병원 노조원들이 현장으로 돌아가면서 의료대란에 대해서는 한숨 돌렸지만 환자와 가족들의 걱정은 여전한 분위기다.
40대 송모씨는 "어머니가 암 환자다. 암환자의 경우 정기적인 항암이나 치료가 필요한데 파업이 끝나더라도 그동안 밀렸던 환자들이 몰려든다면 예약 자체를 잡지 못할까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암 환자의 경우 대학병원등 상급병원에 다니는 사람들은 그 병원이 아니면 치료를 받기 힘들다. 단순 기침이라도 일반병원에서는 환자의 기존병력이 없기 때문에 치료나 약 처방마저도 꺼린다"고 했다.
60대 주모씨는 "건강에 이상이 생겨 동네병원에서는 해결이 안돼 부산대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었다. 병원 파업이 정확하게 어떤 것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치료가 시급하고 절실한 환자들 입장에서는 환자를 볼모로 잡고 파업을 벌인다는 생각에 몹시 화가 난다. 하루빨리 원만히 해결돼야 한다"고 바랐다.
부산대병원 노조는 '보건의료노조 산별 연맹 자체의 7대 요구안'에 더해 인력확충과 비정규직 직접고용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부산대병원은 2017년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전국 14개 국립대병원 중 유일하게 정규직 전환을 완료하지 않았다. 정규직 전환 대상 인원 1693명 중 1192명 전환(기간제, 공채 계약직, 무기계약직, 간접고용 중 위탁계약)을 마무리 했지만 용역 업체를 끼고 있는 500여명은 여전히 비정규직이다.
노조측은 "14개 국립대병원 중 부산대병원을 제외한 13개 병원 비정규직 직접고용을 완료했지만 부산대병원만 직접고용을 하지 않고 있다. 병원 측은 교섭과 대화를 통해 문제해결을 하기는커녕 파업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파업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민에게 걱정과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 보건의료노동자들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인력대란을 겪고 있고 이로 인해 환자들은 각종 의료사고에 노출돼 있는 등의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하루빨리 파업이 해결될 수 있도록 지지해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병원 측 관계자는 "파업 전까지 9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노조 측이 말도 안되는 요구(임금 10.7% 인상, 100여명 인력 확충 등)를 하고 있다. 또 관련 가이드라인에는 정규직 전환 방식 2가지(직고용·자회사를 통한 직고용)가 있으나 노조는 무조건 직고용만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파업이 길어질 경우 외래진료는 계속 미뤄지고 입원환자는 응급만 일부 받을 수 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부산대병원 노조는 주말(15~16일) 동안 파업대책본부 회의를 거쳐 17일부터 강도 높은 원내 파업 투쟁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보건의료노조 간부들도 16일 부산으로 집결, 부산대병원 노조의 투쟁에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17일 오전 9시 부산대병원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이어서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부산대병원은 앞서 중증·산모·유아 등을 제외한 환자 700여명을 퇴원시키고 현재 퇴원·전원이 불가능한 환자 100여명만 관리하고 있다. 양산부산대병원도 1280병상 중 100개만 가동하고 있다.
syw534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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