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설치해달라"…불길 속 생명 살리는 '단독경보형감지기'

부산소방, 단독경보형감지기 실험…화재 2분만에 일산화탄소 평균치 넘어
주거지 화재 사망 비율 높은 부산…"방마다 설치해야 안전"

부산소방재난본부가 실험한 침구류에서 불이 나고 있는 모습.(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주거지 화재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주택에 설치된 단독경보형감지기(주택용 소방시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단독경보형감지기 설치의 필요성을 홍보하기 위해 화재 재현 실험을 실시했다고 11일 밝혔다.

소방은 안방에서 침구류를 불에 태워 시간별 내부 일산화탄소 및 산소 농도를 측정하고, 불이 난 안방과 거실, 작은방에 설치된 감지기 작동 시간을 4차례에 걸쳐 측정했다.

불이 난 지 2분만에 침구류에서 발생한 연소가스로 인해 경보기에선 경보음과 함께 '화재 발생' 음성이 연신 울렸다.

이때 일산화탄소 농도는 허용치 50ppm(4차례 측정 평균치)을 넘어섰다. 반면에 산소 농도는 4분만에 18% 이하로 떨어졌고, 이는 '산소 결핍' 위험에 해당한다.

5분이 지나자 일산화탄소 농도는 500ppm을 초과했다. 이는 1시간이 지나면 두통이 생기는 정도의 수치다.

단독경보형감지기는 4차례 실험 결과 평균 2분만에 작동했다. 다만 불이 난 장소 외 거실과 작은방에선 울리지 않았다.

지난 3년간 부산에서는 화재로 인해 70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주거지에서 숨진 사망자는 50명(71.4%)에 달했다. 전국 기준 주거지 화재 사망자 수치(61.3%)와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부산지역 화재 사망 원인으로는 연기 흡입이 64.3%로 가장 높았다. 주거지에서 화재를 초기에 인지하지 못해 연기흡인으로 인해 사망한 것이다.

이 때문에 화재를 초기에 알려주는 단독경보형감지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실험 도중 단독경보형감지기가 울리는 모습.(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지난 3월에는 부산 수영구 한 주택에서 난 단독경보형감지기 소리를 듣고 소방대원이 현장에 출동해 주민을 구조했던 적도 있었다.

당시 주민이 저녁을 준비하다 잠깐 잠든 사이 음식물이 타면서 집안에 불이 났는데, 다행히 화재 감지기에서 경보음이 울려 소방서에 복귀하던 한 소방대원이 이를 듣고 빠르게 대처했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주택의 경우 각 방마다 경보기를 달아야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소방은 불이 나기 가장 쉬운 주방에는 반드시 경보기를 설치해달라고 당부했다.

경보기는 배터리를 넣어야 작동된다. 보통 배터리가 10년 정도 소요되면 새로 교체해야 하지만, 기기가 노후된 만큼 새 기기로 교체하는 게 화재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소방은 전했다.

박희곤 화재조사계장은 "실험에선 침구류 일부만 연소했다"며 "일반 가정 침실의 경우 매트리스와 각종 가구 등 가연물이 있기 때문에 이번 실험보다 더 많은 양의 유독가스가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은 지역 기초생활수급자, 독거노인 등 24만 소방 취약계층 가구에 경보기를 무상 보급했다. 또 소방차 진입 곤란 구역과 소방서 원거리 지역 등에도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박 계장은 "이번 실험을 통해 주거지에서의 안타까운 사망자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경보기 중요성에 대한 홍보를 적극 실시하겠다"며 "주거지 내 구획된 실마다 경보기를 설치해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blackstam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