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이순신 장군이 이 광경을 봤다면

혈세로 만드는 조형물 부실 논란, 언제까지 반복되나

경남 거제시 임진란 거북선. 뉴스1 ⓒ News1

(거제=뉴스1) 강미영 기자 = 경남 거제시가 임진란 거북선을 결국 폐기 처분하면서 거액을 들여 만든 조형물이 혈세를 낭비했다는 논란만 낳았다.

지난 2011년 경남도 이순신프로젝트의 하나인 ‘1592년 거북선 등 군선 원형복원 사업’에 따라 각 20억원을 들여 거북선과 판옥선을 만들고 거제시와 통영시에 인도됐다. 하지만 경북 울진과 영양 등지에서 주로 자라는 금강송으로 원형 복원했다는 설계 계획과는 다르게 수입산 저급 소나무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짝퉁 거북선'이란 오명을 얻었다.

이러한 논란에도 거북선을 인도한 거제시는 선박 유지보수를 위해 2015년부터 약 1억5000만원을 사용했으나 결국 목재가 썩고 유지보수 비용이 과다하게 들어 올해 폐기처분 했다. 통영시의 경우 아직까지 판옥선을 전시용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역시 관리비용으로 수억원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가 거액을 들여 시설물과 공공조형물을 만들었으나 결국 세금을 허비한 흉물이 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충북 괴산군은 5억원짜리 초대형 가마솥을 만들었지만 사용도 못 한 채 방치된 상태다. 경북 군위 대추화장실, 철거된 포항 ‘은빛 풍어’ 등도 대표적인 전시 행정으로 꼽힌다. 울산에서는 250억원을 투입해 40m 높이의 대형 기업인 얼굴 조각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가 시민들의 반대로 사업을 자진 철회했다.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건립 과정에서 지역민과 전문가 의견 수렴, 구체적인 관리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또 비리·담합이나 예산 낭비 의혹을 벗기 위한 공정하고 투명한 감시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조형물이 만들어져도 관리 주체가 모호하거나 관계기관 인사이동 등의 이유로 방치되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도 필요하다. 지역 이미지를 개선하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할 조형물들이 거꾸로 혈세만 잡아먹는 애물단지가 되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myk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