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공백 메운 산청의료원 내과 전문의 첫 출근 전날·휴진일도 진료실 지켜

업무 숙지에 열중…"시스템·프로그램 빨리 배워 많은 환자 봐야"

산청군보건의료원 내과 앞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환자들. 2023.6.14 뉴스1/한송학기자

(산청=뉴스1) 한송학 기자 = "진료 시스템을 익히기 위해 휴진이지만 진료실을 지키고 계십니다"

경남 산청군보건의료원(의료원)에 지난 12일부터 출근한 내과 전문의 유모씨에 대해 의료원 관계자가 이같이 설명했다.

14일 의료원에 따르면 유씨는 첫 출근 전날인 일요일(11일)에도 진료실에서 진료 프로그램을 확인하는 등 업무를 익혔다.

내과 진료 일정은 수요일 오후는 휴진이지만 유씨는 출근 3일째인 14일 오후에도 진료실에 남아 업무를 확인하고 있다.

개인 병원과 공공의료원은 진료 시스템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업무에 적응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린다.

의료원의 특성상 오전에 진료를 보러 오는 환자가 집중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보기 위해 업무를 익히는 데 열의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순현 군 보건정책과장은 "출근 전날에도 진료 프로그램을 확인하는 등 열정을 보였다"며 "많은 환자 진료를 위해 휴진에도 진료실에 나와 진료 시스템을 숙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씨가 내과 전문의 채용을 수락하는 과정에서도 의료인으로서의 열의가 있었다.

산청군이 5차 공고 끝에 내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하자 봉사하는 마음으로 군의 설득을 수락한 것이다.

권순현 군 보건정책과장은 "유씨는 4차 공고 때 지원해 최종 합격하고 이승화 군수와 면담까지 했지만 '노예 계약, 공무원 관여' 등 악성 소문을 이유로 채용을 포기했었다"며 "5차 공고에도 지원자가 없다는 소식을 들은 유씨는 '의료 취약지에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임하겠다'며 채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1년 이상 공백이었던 산청의료원에 내과 전문의가 출근하면서 의료원의 직원들과 지역민들도 반기고 있다.

한 의료진은 "그동안 간단한 내과 진료까지 맡아서 하다 보니 힘든 점이 있었다"며 "이번에 내과 전문의가 출근하면서 숨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산청읍에 사는 김모씨는 "혈압으로 1시간이나 걸려 진주에 병원을 다니고 있는데 산청의료원에 내과 전문의가 오면서 이제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산청군보건의료원 내과 전문의는 지난해 4월 공중보건의가 전역하면서 1년 이상 공석이었다.

내과 전문의 연봉은 3억6000만원, 업무는 외래·입원 환자 진료, 기타 채용자가 지정하는 업무, 일반진료와 건강상담이다.

의료원은 외과, 소아청소년과, 마취통증과, 일반의, 치과, 한방과 전문의 의료원장과 공중보건의 등 9명이 진료를 보다가 유씨가 출근하면서 내과 분야 전문적인 진료도 가능하게 됐다.

유씨는 충북 청주에서 운영하던 개인 병원의 신변 정리를 마치고 최근 산청군으로 이사 와 정착했다. 언론과의 인터뷰는 진료 시스템을 익히는 등 업무가 바쁘다는 이유로 극구 사양했다.

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