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 더이상 안돼" 부산 '영도구·서구·동구' 뭉쳤다[지방소멸은 없다]

동·서·영도구, 인구감소 공동대응 생활권 업무협약
대응기금 활용…유휴공간 공유·통합관광코스 개발

편집자주 ...영영 사라져 없어지는 것. '소멸'이라는 말의 의미가 이토록 무섭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우리 옆의 이웃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를 힘 모아 풀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그 현실과 고민을 함께 생각합니다.

부산 영도구 청학동에서 바라 본 영도구의 모습.ⓒ News1 노경민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37.2%, 27.9%, 27.3%'

지난해 기준 20년 사이 부산 영도구와 서구, 동구의 인구 감소율이다. 어림잡아 지역에서 함께 지내던 주민 10명 중 3명이 사라진 것이다.

전국 인구감소지역 89곳 중 부산은 영도구, 서구, 동구 등 3곳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 3개구에만 투입된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약 380억원이나 된다.

거액의 지원금에도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현재까지도 기금 투입이 과연 인구 유출 방지나 청년인구 유입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린다.

원도심이라 재정 여건도 녹록지 않다. 고민 끝에 이들은 '뭉치는 전략'을 택했다.

◇생활권 연계로 유휴공간 활성화·통합관광 코스 개발

3개구는 지난 16일 부산 서구청에서 '인구감소 공동대응 생활권 연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협약은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따라 3개구가 참여하는 실무협의체를 꾸려 주민 생활 편의를 높이고 정주인구와 생활인구를 모으기 위해 맺어졌다.

3개구를 연결하는 생활권 연계가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구체적인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큰틀에서 유휴공간 공유 사업과 통합 관광코스 개발 등 2가지가 추진되고 있다.

유휴공간 공유 사업은 도시재생 사업으로 만들어진 거점 공간을 공유 오피스, 숙박시설로 활성화하는 사업이다. 예를 들면 일은 동구 오피스에서 하고, 거주는 영도나 서구 숙박시설에서 하는 방식이다.

3개구 실무단은 내년 초 협의체를 구성해 2025년 공유 공간이 확정되면 리모델링해 운영할 계획이다.

각 구의 관광 랜드마크를 연결한 통합관광코스도 추진된다. 부산의 산책로 '갈맷길' 코스처럼 대표적인 관광지를 묶은 관광 상품이 개발된다. 이를 위해 먼저 주요 관광지의 상호 방문에 편의를 제공한다.

서구는 지난 1일부터 동구, 영도구민을 대상으로 송도해상케이블카 요금 할인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영도구는 다음달 준공이 예정된 태종대 짚와이어 요금 할인을 검토 중이고, 동구도 수정산 다목적야유회장 이용 시간 연장 및 숙박시설 '이바구캠프' 요금 감면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 16일 부산 서구청에서 열린 부산 서구, 동구, 영도구 인구감소 공동대응 생활권 업무협약식.(부산 동구 제공)

◇구에선 "인구유입 기대"…방향성 차이는 풀 숙제

3개구는 올해초부터 실무진을 중심으로 인구 감소 대응을 위한 공동대책 마련을 논의해 왔다. 초반에는 대형 사업에 대한 구상이 나왔지만, 구마다 지역 특성이 달라 인구 문제 해법에는 차이가 있었다.

지역 소멸이 달린 문제인 만큼 3개구는 충분한 협의를 거쳐 작은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각자가 구상하는 방향성을 공유하고 생활인구 유입을 위한 공동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실무단은 분기별로 1차례씩 정기협의체를 열고 생활권 연계 사업을 발굴할 예정이다. 구체화된 사업에는 정부에서 지원한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사용된다.

한 구청 관계자는 "교육·의료 등 인프라가 주로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방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소멸 대책이 필요하다. 대책으로 유휴공간 공유와 통합관광을 고민하고 있다"며 "정주인구뿐만 아니라 생활인구에도 초점을 둘 예정이다. 서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청년인구 문제도 고민해야"

원도심 생활권 연계는 이해관계가 다른 기초단체 간의 협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또 관광보다는 수도권으로 향한 청년들의 발길을 부산으로 되돌릴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문구 산업연구원 국가균형발전연구센터장은 18일 "부산 원도심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청년인구 유출"이라며 "청년 인구 잡기, 돌봄·육아에 우선적으로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사용돼야 하고, 원도심 협의체 사업의 일환인 통합관광의 경우 마지막으로 남은 기금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허 센터장은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는 만큼 협의체에서 추진하는 사업이 각 지역의 숙원 사업 해결에 집중된다면 오히려 지역 발전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며 "부산시나 제3기관의 중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blackstam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