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해서라도 돈 갚을게"…무기징역 부산 모녀 살해범 잔혹성 충격

작년 추석연휴 양정동 빌라서 도라지물에 약물 넣어 살해
귀금속 훔치려 범행…재판부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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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지난해 추석연휴 마지막날인 9월12일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빌라 한 세대 거실에서 B씨(40대·여)가 숨진 채 발견됐다. B씨 옆에는 흉기와 둔기가 놓여 있었고, 집안은 이리저리 어질러져 있었다.

방안에는 B씨의 딸 C양이 누워 있는 상태로 숨져 있었고, 내부 곳곳에 불에 탄 흔적이 남았다. 옆방에서 자고 있던 아들 D군이 잠에서 깨 엄마와 누나가 쓰러져 있었던 것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평범한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B씨의 이웃주민 A씨는 9월11일 밤 딸과 함께 B씨의 집에 찾아왔다. A씨는 집에 혼자 있던 D군에게 '목에 좋은 것이니 마셔봐라'며 도라지물을 건넸다.

도라지물을 마신 D군은 A씨의 딸과 놀아주다 잠시 뒤 방에서 잠들었다. D군은 평소 새벽에 잠이 드는 경우가 많았지만 유독 이날에는 잠이 쏟아졌다.

A씨는 이후 집에 귀가한 B씨와 C양에게도 도라지물을 먹여 정신을 잃게 했다. B씨가 잠시 뒤 다시 잠에서 깨어나자 A씨가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C양도 잠에서 깼지만 A씨로부터 둔기를 맞고 질식사로 숨졌다.

부검 결과 A씨가 정신과 알약을 절구로 빻아 도라지청에 섞은 뒤 모두 마시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라지물을 마시고 정신이 혼미했던 C양이 친구와 주고받은 메시지에서 오타가 상당히 많았던 점을 보더라도 A씨가 이들의 정신을 잃게 하기 위해 일부러 도라지물을 마시게 한 것을 알 수 있다.

A씨는 범행 흔적을 지우기 위해 방안에 불을 내 시신을 일부 훼손하기도 했다.

A씨는 2015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고 생계 어려움을 겪어오다 B씨의 귀금속을 훔치기로 마음먹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정적인 수입도 없어 기초수당을 받아왔지만 생활고에 허덕였다. 사위와 둘째딸한테 빌린 돈도 갚지 못할 처지에 놓이자 자녀와도 갈등을 겪었다.

결국 A씨는 딸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는 빈털터리다. 어디에서 도둑질하든지 사람을 죽여서라도 돈을 마련하겠다"고 끔찍한 계획을 세웠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A씨는 재판 내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범행을 부인하는 데 급급했다.

A씨 측 변호인은 "지금까지 피해자들에게 약을 먹인 사실이 없고 살해한 적도 없다"며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확신하며 일종의 확증편향을 가지고 수사했다"고 주장했다.

A씨 역시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판사에게 읍소했지만, 결국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다. 숨진 C양은 꽃다운 사이에 끔찍한 일을 당했다"며 "피고인은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무조건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은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진정 참회하도록 함과 더불어 또다시 이 사건과 같은 살인범죄로 다시는 사회 안전을 위협할 수 없도록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 외에도 한때 A씨가 지인들에게 도라지물을 먹인 후 귀금속을 훔친 의혹도 제기됐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수사가 종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지난해 A씨의 또다른 지인 2명이 A씨로부터 도라지물을 건네받고 쓰러져 한동안 통화가 되지 않거나 어지럼증을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인이 A씨가 다녀간 후 귀금속이 사라졌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도라지물을 먹인 후 재물을 절취한 것 아닌가'라는 검찰의 질문에 "그 답변을 법정에서 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여러 금은방을 수색했지만 A씨가 귀금속을 훔친 증거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도 "A씨가 한 행위인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A씨가 한 걸로 의심하는 지인의 진술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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