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붙잡는다'…지역특화형 비자로 인구 숨통 트일까[지방소멸은 없다]
부산 원도심 3개구 시범사업 선정…지역 거주·취업하면 F-2 비자
비자 기대 외국인수 비해 부족한 선정자수…추진 늦어질까 우려
- 노경민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지속적인 인구 유출로 소멸 위기에 처한 부산 원도심에 취업 또는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특별 비자를 부여하는 시범사업이 추진되면서 원도심의 새 활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전국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선정해 지역 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을 실시 중이다. 부산에서는 동구, 서구, 영도구 등 3개구가 선정됐다.
지역 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은 지역에 취업한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인구 감소 지역에서 거주하거나 취업하는 조건으로 '거주 비자'(F-2)를 발급해주는 제도다.
부산에서는 유학생 11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한국어능력(TOPIK) 시험, 소득 또는 학력(전문대)을 기준으로 둔 법무부 요건과 부산 소재 대학 졸업생을 기준으로 한 지자체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비자를 받을 수 있다.
◇ 부산 유학생들 "비자 연장 힘들어요"
F-2 비자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쉽게 발급되는 비자는 아니다. 국내에 장기체류하기 위해 받는 비자가 F-2 비자인데, 일정한 소득과 직장이 동반돼야 취득이 유리하다.
부산에서는 D-10(구직) 비자를 받고 구직 활동 중인 외국인이 500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최대 2년 동안 이 비자를 갖고 국내에 체류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등 경기 침체 여파로 외국인들이 정해진 기간 내 취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처럼 외국인들에게 비자 연장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유학생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만큼 이번 시범사업은 비자 연장 어려움에 따른 외국 인재들의 부산 이탈 현상과 더불어 인구 감소로 인한 일손 부족 현상을 해소하고자 추진된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시범사업 대상 3개구는 2019년에 비해 1만2800여명이 감소했다.
외국인 유학생수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부산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부산 체류 유학생은 2019년 1만3484명이었다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2020년 1만897명으로 감소한 후 2021년 1만1364명→2022년 1만2827명→2023년 1만2242명(2월 기준)으로 나타났다.
원도심을 되살리기 위해선 관광·문화 등을 통해 관계 인구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 지역에 직접 거주하는 생활인구 유입이 근본적인 대책이다. 원도심 지자체가 비자 시범사업에 기대감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영도구 관계자는 "F-2 비자를 취득하는 외국인들은 인재로 분류되고 구 차원으로선 생활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며 "구인이 어려운 조선업의 일손 부족 문제를 일부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 취업 어려워 대학원 진학 결심도…사업 지연 우려
이번 시범사업은 취업이 확정된 외국인만 비자를 받을 수 있어 정작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유학생들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부산외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부티옌씨(25·베트남)도 학사 졸업 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대학원 진학을 선택했다. 마지막 학기를 앞둔 그는 지역 특화형 비자 사업을 기다리고 있지만, 내심 불안한 기색은 숨기지 못하고 있다.
부티옌씨는 "부산이 마음에 들어 대학원까지 다니고 있다"며 "한국어-베트남어 통번역 일을 하고 싶지만, 일자리가 주로 수도권에 몰려 있어 취업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1차 시범사업 대상 지역에 사는 베트남 친구들도 지역 특화형 비자를 받고 자동차 부품, 식품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며 "비자 연장에 실패해 고국으로 돌아가는 유학생들도 많다. 연장할 때마다 가슴을 졸인다"고 말했다.
시범사업 추진이 늦어지고 있는 점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꼽힌다. 부산과 같이 2차로 선정된 지자체의 경우 지난 1월1일부터 사업을 시행해야 하지만, 법무부에서 아직 세부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인경 부산외국인주민지원센터장은 "비자 연장에 어려움이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 입장에서는 지역 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특별 비자를 기대하는 외국인들이 많지만 사업 선정자 수가 적은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주장했다.
이 센터장은 "무엇보다 유학생들이 부산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각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번 비자 시범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찾지 못한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취업 연계 지원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라며 "인력난을 겪고 있는 업종에 도움을 주는 게 이번 시범사업의 가장 큰 목표인 만큼 차질 없이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blackstamp@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