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할머니 200여명 줄 선 이곳은? '경쟁률 10대1'
여성 노령층 일자리 창출·자아실현 “사회활동하며 자긍심 얻어”
부산·경남 이야기할머니 면접심사 현장 '열기'
- 조아서 기자
(부산ㆍ경남=뉴스1) 조아서 기자 = “옛날 옛적에~”
무릎을 베고 누워 할머니가 풀어주는 이야기 보따리를 듣던 전통 무릎 교육이 부활한다.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경남 이야기할머니 면접심사 현장. 사회활동을 하고자 하는 노인들의 열의는 젊은이 못지않게 뜨거웠다.
접수 시간보다 1시간 30분가량 일찍 온 할머니 지원자들로 면접장은 일찍이 붐비기 시작했다. 면접 대기실에선 할머니 지원자들이 밤새 연습한 이야기를 외우고 또 외우며 긴장감을 달래고 있었다.
김양애 지원자는 “살면서 이렇게 떨어본 적이 없다”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런 면접도 오랜만이라 낯설고 긴장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학진흥원이 2009년부터 시작한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은 여성 어르신을 선발·교육한 뒤 전국 유아교육기관에 파견해 유아 대상 선현미담을 들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번에 15기 활동자를 선발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고 1년여 간의 교육과정도 쉽지 않지만, 보람이 있고 한차례에 활동 수당도 4만 원씩 받을 수 있어 할머니들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의 올해 이야기할머니 지원 경쟁률은 10.9대 1로 20명 모집에 219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17개 시도 기준 광주(23대 1), 세종(16대 1), 울산(13.2대 1), 서울(11.1대 1) 다음으로 5번째로 높은 수치이며, 전국 평균 경쟁률(6.7대 1)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14기 모집 당시 부산 해운대구(53.1대 1)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김유정 한국국학진흥원 이야기할머니 사업단 담당자는 “할머니들이 아이들과 만나고, 교감하며 사회활동을 다시 하는 과정에서 활력을 찾으신다”며 “적지만 활동비도 지원돼 용돈벌이 겸 참여하시는 분들도 해마다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년층의 사회활동에 대한 열망은 지난 해 7월 발표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 조사 결과에서도 찾을 수 있다. 55~79세 고령층 가운데 장래 근로를 희망하는 비율은 2012년 59.2%에서 지난해 68.5%로 10년 사이 대폭 상승했다.
윤영미 지원자(61)는 “소일거리하면서 용돈을 벌 수 있어 지원했다”며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옛날이야기 들려주며 책이나 영상으로는 교육할 수 없는 특별한 정서를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신귀주 지원자(66)는 “부부 중심 가족 구성의 한계를 느끼는 가정이 많은데 할머니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며 “41년간 교육 공무원으로 일하며 쌓은 교육적 경험을 가치 있는 활동으로 발휘하고 싶다”고 말했다.
15기 부산·경남 이야기할머니 면접심사는 21~22일 이틀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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