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고 날라…잇따르는 노인 운전자 사고 언제쯤 줄어들까

10년 새 65세 이상 사고 2배 이상↑…음주운전 사망자보다 많아
면허 반납 제도 실효성 의문…"대중교통 지원비 증액해야"

지난 20일 낮 12시30분께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한 식당을 70대가 몰던 소형 SUV가 들이받은 모습.(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지난 20일 낮 12시30분께 70대 A씨가 몰던 소형 SUV가 주차장을 나와 빠른 속도로 행인 3명을 치고 식당 입구를 들이받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식당에는 빈 좌석이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가득차있었고, 입구 바로 앞 좌석에서 식사하던 손님 5명이 넘어져 부상을 당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식당 주인에 따르면 평소 점심시간 때면 식당 앞에 대기줄이 있었던 것과 달리 사고 당일에는 대기줄이 없었다. 대기 손님이 많았으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이같은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초고령 사회' 부산만의 일이 아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운전자 사고는 2011년 1만3596건에서 2021년 3만1841건으로 10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2021년 기준으로 노인 운전자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전체 사고 사망자수의 24.3%인 709명으로,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자 수(206명)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부산에서도 2017년부터 2021년까지 1468건→1696건→1894건→1819건→1960건으로 증가 추세다. 부산 전체 교통사고 중 고령 운전자 사고 비율도 같은 기간 12.6%에서 17.5%까지 증가했다.

운전 부주의로 인한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25일 부산 남구 문현동 주택가 이면도로에서 70대가 몰던 1t 포터가 운전 부주의로 주차된 승용차를 들이받고 약 10m를 이동한 후 주택 가스 배관을 충격해 가스가 누출됐다.

지난 8일에는 전북 순창군 한 농협 주차장에서 70대 B씨가 운전하던 1t 화물차가 조합장선거 투표를 위해 대기 중이던 주민들을 덮쳐 20명의 사상자를 냈다. B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치사 혐의로 송치됐으며, 브레이크를 밟으려다 실수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고 진술했다.

2021년에는 한 택시가 조작 과실로 부산시 연제구 한 대형마트 5층 주차장 외벽을 뚫고 도로로 추락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70대 택시기사가 숨지고 운전자·보행자 13명이 다치고 차량 17대가 부서지거나 손상됐다.

빠른 고령화 속도에 맞춰 노인 운전자도 늘고 있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부산의 경우 65세 이상 면허 소지자수는 2017년 19만5553명에서 2021년 27만865명으로 늘었다.

정부는 고령 운전자 사고를 줄이기 위해 운전면허 자진반납 우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부산은 제도 초기인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반납 건수가 증가하고 있고, 지난해까지 반납된 면허는 3만9680건으로 집계됐다.

다만 면허 반납 제도가 고령 운전자 사고 감소로 이어지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면허증 반납을 유도하는 정책이 노인들의 이동권을 강제로 제약할 수 있다는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면허 반납자에 대한 보상도 부족하다. 부산시는 지난해 고령 면허 반납자에게 대중교통비 지원액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증액하려 했으나 예산 문제로 기존 10만원을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사고 위험이 높은 야간 시간대나 고속도로 주행이 제한되는 '한정 면허'를 시행하거나 대중교통 유인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오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교수는 "고령자의 경우 운전 능력 시험을 보면 젊은층에 비해 실력이 천차만별이다"며 "전반적으로 반응 속도와 상황 판단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실제로 차를 필요로 하는 고령자들은 면허 반납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부산은 대중교통 인프라가 좋으니 면허 반납자들의 이동 수단을 대중교통으로 이어주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대중교통 지원비도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blackstam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