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 개통 '남해~여수 해저터널' 올해 착공 …국비 486억원 확보

역작용 대비 남해군 지역발전전략 수립 용역 2월 발표
장충남 군수 "해저터널은 영호남 상생발전 마중물"

남해~여수 해저터널 위치도(남해군 제공).

(남해=뉴스1) 한송학 기자 = 24년 숙원인 경남 남해와 전남 여수를 잇는 '남해~여수 해저터널' 건설 사업에 올해 국비예산 486억원이 배정됨으로써 하반기 착공에 파란불이 켜졌다.

8일 남해군에 따르면 정부가 '제5차 국도·국지도 건설계획(2021~2025)에 반영된 총 사업비 6974억원 중 남해~여수 국도77호선 건설 사업비'로 올해 486억원의 국비를 배정함으로써 남해와 여수를 해저로 잇는 사업이 가시화됐다. 이번에 배정된 국비는 해저터널 공사 착공을 위한 설계비 등으로 사용된다. 2029년 개통 목표로 올해 4월 업체를 선정한다.

남해-여수 국도 77호선 건설사업은 남해 서면과 여수 상암동 5.93km를 해저로 연결하는 구간과 육상 접속도로 1.37km 등 총연장 7.3km를 건설하는 수륙 복합 프로젝트다. 이 터널이 완공되면 그간 육지를 돌아 오가던 남해와 여수 길이 바닷길로 연결돼 두 지역 간 이동 시간이 현재 1시간 30분에서 불과 10분대로 단축된다.

해저터널이 건설되면 연간 방문객 7000만명이 여수·순천권과 남해·하동·사천권을 넘나들 수 있게 된다. 고성·통영·거제권까지도 영향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998년부터 추진된 해저터널은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4차례나 국책사업에 선정되지 못했다. 6년 전 4차 평가 때 B/C(비용 대비 편익)가 0.33이었다. 비수도권 특성상 1을 넘는 게 거의 불가능한 측면도 있고 주변 여건이 아직 무르익지 않은 탓도 작용했다.

남해군은 십 수년 간 해저터널 건설 필요성과 당위성을 중앙부처와 정치권에 적극적으로 설명해 왔고, 경제성 평가 항목과 정책성 평가, 지역균형발전성 평가 점수를 올리는 데 주력했다. 이러한 성과 등으로 2021년 9월 5수 끝에 예타를 통과한 것이다.

1월 현재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주관으로 해저터널 건설 일괄수주 발주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DL E&C, 롯데건설, 포스코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면 현장 사무소가 바로 설치되기 때문에 지역에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당국에 따르면 여수·순천권의 관광객은 연간 4000만명 정도, 남해안권 관광객은 연간 3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관광객들이 모두 남해를 중심으로 여수와 남해를 오가게 된다. 남해에 엄청난 관광수요가 창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여수는 30만명 정도 되는 중견 도시다. 교육, 문화 환경을 갖춘 중견 도시를 이웃에 두면 남해에 정착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 인구 증가 효과도 기대된다. 여수·순천·광양권이 보유한 경제적 인프라를 군이 그대로 누리게 되며 여수의 KTX와 공항도 지척에 두게 되는 것이다.

수도권과의 접근성도 좋아진다. 군민의 편의성 향상과 수도권 관광객들의 방문 역시 더 늘어나게 된다. 2030년 익산~여수 KTX가 들어서면 서울에서 여수까지 KTX로 이동 시간이 2시간 10분 정도로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서울에서 남해까지 2시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지역민들은 앞으로는 여수를 통해 수도권을 갈 수 있게 되고 시간도 단축된다.

그러나 남해로서는 상대적으로 대도시인 여수로 '경제적 과실'이 쏠리는 '빨대효과'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해저터널이 뚫리면 자연스럽게 남해와 여수를 오가는 인적 물적 규모가 늘어난다. 남해에서 여수로 쇼핑, 의료 등으로 유출이 많아질 것이지만 그보다 더 많은 관광수요를 확보해 남해에서 소비 활동을 하도록 해야 한다.

남해군은 이런 빨대효과 등을 예방하기 위해 해저터널 건설에 따른 남해 발전전략수립 용역을 지난해 4월 발주했다. 수도권 접근성 향상으로 대내외적인 여건이 급변한 것으로 예상돼 지역 현황과 개발여건을 분석하고 해저터널 개통 이후의 여건 변화에 선제적이고·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발전전략 수립 및 과제 발굴을 위해서다. 이 용역을 통해 지역의 성장잠재력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부문·권역별 전략계획을 수립하고 실행방안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여기다 문화·관광·도시건설·지역개발·교통·환경 분야와 균형발전 방안 등도 발굴할 계획이다. 용역 중간보고회는 1월 중 열리고 최종 용역 결과는 2월 중 나올 계획이다.

장충남 남해군수(왼쪽)와 정기명 여수시장이 지난해 7월 해저터널 시대 공동 번영을 위한 상생협력을 다짐했다(남해군 제공).

두 지자체는 지난해 11월 해저터널 시대에 대비, 공동번영을 위한 상호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는 의미로 자매결연협약도 체결했다. 당시 자매결연식에서 장충남 남해군수는 "여수와 남해는 이미 한 형제였고 해저터널이라는 대업을 함께 이룬 끈끈한 동지인 만큼 상생발전과 공동번영을 위한 위대한 여정을 함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저터널 시대가 본격화되면 관광은 물론 산업과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며 "전남과 경남, 호남과 영남의 상생발전에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기명 여수시장은 "해저터널사업이 예타를 통과했으니 남해와 여수는 이미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라며 "빛나는 남해안 시대를 힘차게 함께 열어가자"고 화답했다.

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