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에게 외면 당한 부산시 '청년임대주택'…왜?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부산시 청년임대주택인 연산동 두레라움 드림아파트가 입주일을 앞두고 청년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시공사측이 최근 전세금을 4000만원 가까이 올리면서 입주예정자들은 가격적인 메리트가 없어졌다고 판단, 입주를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드림아파트는 사회초년생의 꿈과 안정적인 주거 지원을 위해 주변시세의 80% 이하 수준으로 주거지를 제공하는 부산시의 청년프로젝트다. 현재까지 12군데(3346세대)에서 완공 또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연산동에 짓고 있는 드림아파트는 2020년 착공, 연면적 2만1947㎡(지하2~27층)에 전용면적 49㎡ 207세대와 29㎡ 69세대 등 총 276세대 규모다. 시행은 A사, 시공은 민간건설사인 B사가 맡았다. 입주 예정은 내년 3∼4월쯤이다.

논란은 연산동 드림아파트 계약이 이미 완료된 상태에서 시공사측에서 전세보증금을 갑자기 최대 4000만원 가까이 올린다고 통보하면서 부터 시작됐다. 범천동 일원에 주진 중인 드림아파트의 경우에도 C시공사측이 계약금을 올려 잡음이 잇따르고 있지만 이곳은 아직 계약이 진행되지 않아 그나마 나은 처지다.

B 시공사는 지난달 연산동 드림아파트 입주 신청자들을 모아놓고 전세금을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49㎡는 1억9360만원에서 2억3200만원으로, 29㎡ 1억2080만원에서 1억5400만원으로 각각 3860만원과 3320만원이 올랐다.

일부 입주 예정자들의 말에 따르면 B시공사는 올린 전세값으로 계약을 할 경우 개인 신용과 상관없이 대출을 80% 받을 수 있게 해주고, 인상 전 보증금으로 계약할 경우 대출 지원을 해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인상 전 보증금으로 계약을 하고 싶어도 신용도가 낮거나 개인 대출이 어려운 청년들의 경우 대출지원이 안돼 울며 겨자먹기로 보증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올린 전세가로 계약을 하자니 주변 시세와 크게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앱을 통해 해당 청년주택과 비슷한 조건(역세권, 신축)의 주거지를 조사한 결과 드림아파트 전세금으로 매매도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전세의 경우 부산진구의 한 빌라는 89㎡ 1억9000만원, 47㎡ 오피스텔 1억4000만원, 금정구의 30㎡ 투룸 1억1000만원이다.

매매의 경우 범천동 빌라 89㎡ 2억4100만원, 서면역 인근 주상복합 64㎡ 2억1000만원, 연산역 인근 49㎡ 투룸 1억9500만원이다.

금정구에 살고 있는 30대 김모씨는 "최근 (연산동 드림아파트)입주 포기 각서를 썼다. 같은 가격으로 시세차익을 생각하면 전세보다는 매매가 나을 것 같다. 매매가 아니더라도 이사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신혼부부인 30대 이모씨는 "부담금이 많아져 굳이 입주할 의미가 없다고 생각돼 입주를 포기했다. 보증금이 오를 수 있다고는 했는데 너무 많이 오른 것 같다. 청년주택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30대 김모씨는 "입주 포기 각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처음 계약시에는 신청자 모두에게 신용도와 상관없이 대출을 지원한다고 했으면서 갑자기 입장을 바꿔 전세금 인상시키기 위해 대출을 가지고 꼼수를 쓰고 있다. 굳이 멀리 이사갈 필요가 없어졌다"라고 꼬집었다.

현재까지 연산동 드림아파트 267세대 중 200여 세대가 계약을 완료한 상태이지만 입주자들은 현재 입주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파악, 입주 포기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전세보증금과 관련해 중재를 하기 위해 자문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강압적으로는 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B 시공사 관계자는 "특약에 시세에 따라 보증금이 오를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주변 시세가 상당히 올라 현 시세의 80%수준에서 보증금을 새로 책정한 것이라 문제는 없다"며 "대출 80%지원 여부와 형태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최근 자재값이 40%이상 올라 어쩔 수 없이 보증금 올렸다. 입주자들에게는 저금리대출을 받을 수 있게 최대한 지원해서 기존과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개별 상담도 마쳤다. 그래도 입주를 포기할 경우 위약금 없이 계약금을 반환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공사기간 중 시세가 오르고 요즘처럼 자재값이 폭등하면 분양가가 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착공 시점이 아니라 준공 6개월 전에 임대가를 산정하면 보증금이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yw534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