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스쿨존 891곳 중 293곳 무방비…'불법 주정차에 과속' 아찔
"예산 부족에 한 방향만 단속 카메라 설치"
쌩쌩 달리는 차량 등 단속 손길 못미쳐
- 백창훈 기자
(부산=뉴스1) 백창훈 기자 = 민식이법(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치사) 시행 2년이 지났지만, 부산지역 스쿨존에서 어린이의 교통사고 위험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불법 주정차는 물론 규정 속도를 지키지 않고 달리는 차량이 곳곳에서 발견됐지만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었다.
13일 오후 2시쯤 부산 동구 초량동 동일중앙초교 인근 스쿨존.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이곳은 지난해 기준 부산지역 스쿨존 중 어린이 교통사고 최다 발생지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8세 A군이 신호를 위반한 화물차에, 6세 B군은 안전운전 의무를 지키지 않은 승용차에 치여 모두 중상을 입었다.
하지만 이날 찾은 스쿨존 일대는 운전석이 비워진 불법 주정차량이 곳곳에서 발견되는 등 이전보다 크게 나아진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큰 도로나 소방도로, 골목길 등 가릴 것 없이 학원차나 승용차가 세워져 있어 하교시간 교문을 나선 아이들의 하교길은 아찔하기만 했다.
불법 주정차 외 학교가 비탈길에 위치한 탓에 경사진 도로를 빠르게 내려오는 차들도 목격됐다. 인근에 있는 대단지 아파트로 배달하는 오토바이의 대부분은 아예 규정 속도를 지키지 않고 쌩쌩 내달렸다. 아차하는 순간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학교 정문에서 손주를 기다리던 조모씨(60대)는 "아직도 골목골목에 불법 주정차가 많아 여간 불안한 게 아니다"며 "학교 후문 쪽 횡단보도에는 신호등이 없다 보니 건너려는 아이들이 있는데도 차들이 양보없이 빠른 속도로 내달린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과속 단속 카메라 부족과 신호등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늘 안전사고가 날까 조마조마하다고 입을 모았다.
학교 옆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양모씨(40대)는 "스쿨존 도로에 한쪽 방향으로만 단속 카메라가 설치됐다"며 "사고 위험성이 커 양방향 모두 단속 카메라를 설치해 달라고 수차례 관할 지자체에 민원을 넣었는데, 예산 부족이라는 이유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일가게 사장 김모씨(50)는 "학교 인근 교차로의 신호등이 황색 점멸등"이라며 "그 때문에 오후만 되면 학원차와 승용차가 뒤엉켜 경적을 울리고 고성이 오간다. 신호체계가 불안정한 데다 아이들은 그 사이로 지나간다"고 지적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스쿨존(초등학교·유치원·어린이집) 891곳 중 무인단속 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은 곳은 293곳에 달한다. 동일중앙초교처럼 한쪽 방향에만 교통단속 장비가 설치된 스쿨존은 154곳에 이른다.
이에 따라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도 매년 40여건 발생하고 있다. 시 자치경찰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49건 △2019년 39건 △2020년 47건 △2021년 42건 △2022년 6월까지 19건 발생했다.
시 관계자는 "부산에는 산복도로가 많은 탓에 도로 폭이 좁아 교통단속 장비를 양방향으로 설치하기가 까다롭다"며 "2023년까지 최소 133대의 단속카메라를 스쿨존 내 추가로 설치하는 등 어린이 통학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에는 공익신고를 통한 불법 주정차 단속이 강화되는 추세다"며 "운전자들은 스쿨존에서 어린이들의 통행이 잦은 만큼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hun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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