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밥 준비' 거부하자 1.8평 금고방 보낸 새마을금고 '위자료 지급 판결'

피해 여성, 직원노조 가입하자 과다업무 부여…공황장애 진단
재판부 "피해자에게 정신적 고통 줘…부당노동행위 인정"

부산지방법원 전경 ⓒ News1 김영훈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점심밥을 준비하라는 회사의 지시를 거부한 새마을금고 직원에게 각종 부당한 업무 명령을 내린 부산의 한 새마을금고 지점에 대해 법원이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부산지법 민사5단독(신민석 판사)는 전국새마을금고노조와 직원 A씨(여)가 부산 영도구 소재의 새마을금고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판결에 따라 새마을금고는 노조에 500만원, A씨에게는 위자료 명목으로 2856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3년 9월 새마을금고 본점에 계약직으로 입사한 A씨는 2018년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부산 영도구 한 지점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A씨가 맡은 업무는 해당 지점 직원 7명의 점심밥 준비였다. 이같은 부조리한 업무를 맡은 지 1년 뒤 A씨는 결국 이사장 B씨와 전무 C씨에게 점심 준비를 못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B씨와 C씨는 A씨에게 사직을 권유했다. 그 다음날 A씨는 새마을금고노조에 가입했다.

노조 측에서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B씨는 A씨에게 "우리는 노조 허용 안 한다고 이야기했다"며 노조 탈퇴를 권유하고 여러 차례 경위서 작성을 지시했다. 이후 사측은 기존 3가지의 업무를 맡던 A씨에게 갑자기 27가지의 업무를 한꺼번에 담당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심지어 사측은 A씨의 집무실을 지점 내 약 1.8평짜리 금고방으로 옮겼다. 감금된 듯한 압박감을 느낀 A씨는 경찰 신고 끝에 금고방을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측은 A씨에게 다시 금고방에서 대기하라고 명령했고 A씨는 결국 병원에서 우울장애, 공황장애의 진단을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가 A씨에게 한 직위해제 등 조치는 노조 가입에 따른 불이익을 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노조는 이에 비재산적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노조에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는 A씨에게 기존보다 훨씬 많은 업무를 부여하고 정신적 고통을 주는 업무과제를 반복적으로 부과했다"며 "밀폐된 금고방에서의 대기 지시 등 불법 행위를 저질러 A씨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A씨가 청구한 '부당대기발령 기간 임금 미지급'에 대해선 무단결근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lackstam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