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의상 입고 공무원들 퍼레이드…'영도다리축제' MZ세대 반발

동 단위별로 순위 경쟁시켜…젊은 세대 "업무 외 부당지시"
영도구청장 "강요 아니나 부담 이해…퍼레이드 진행 방식 검토"

영도다리 축제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영도다리 야간 도개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News1 DB

(부산=뉴스1) 백창훈 기자 =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리는 부산 영도구의 대표 행사인 '영도다리축제'가 시작 전부터 시끄럽다. 퍼레이드 공연에 동 행정복지센터 직원을 동원하면서 젊은 공무원들이 '업무 외 부당지시'라고 반발하고 있다.

14일 영도구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영도구 공무원노조 측이 구에 영도다리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인 '구민화합퍼레이드'에 대한 노조원의 의견서를 보냈다.

의견서에는 퍼레이드에 동 행정복지센터 직원의 참여를 최소화해 달라는 젊은 직원들의 요구 사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된 구민화합퍼레이드는 축제 둘째 날인 10월15일 진행된다. 먼저 영도다리에서 아미르공원(국립해양박물관 옆)까지 약 7㎞ 구간에서 각 동 주민센터가 특성에 맞게 꾸민 11대의 트럭이 행진을 펼친다. 트럭은 각종 조형물과 각 동을 상징하는 깃발들로 꾸며진다.

트럭이 공원에 도착하면 그곳에 대기하고 있던 각 동의 주민이 주 무대까지(약 610m) 구호를 외치는 등의 퍼포먼스를 펼치며 도보 행렬한다. 이후 무대에 올라 1~2분 정도 관객과 인사를 나눈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주민 참여가 저조한 동에서는 각 동에 소속된 공무원이 동원될 수 있다.

당초 퍼레이드는 각 동끼리 대항전으로 진행돼 행사가 끝난 뒤에는 순위를 정해 그에 맞는 상금을 차등 배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동마다 실적이 갈릴 수밖에 없고, 참여 직원들의 부담도 커진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최근 구가 대항전을 없앴다.

전국공무원노조 영도구지부 게시판에는 해당 퍼레이드가 직장 내 괴롭힙 금지법에 해당한다거나 부당한 요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다.

한 공무원은 "영도다리 축제가 영도에서 가장 큰 축제라 이런 애로를 이해하나, 동별로 퍼레이드까지 시키면서 순위를 매기는 등의 경쟁은 너무한 것 아니냐"며 "언제까지 이런 행사를 반복해야 하냐"고 적었다.

다른 공무원은 "경쟁하는 퍼레이드는 의미가 없다"며 "행사를 하려면 참가팀을 모집해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면을 쓰거나 화려한 의상을 입고 퍼레이드를 해도 별말이 나오지 않았는데, 3년 만에 진행되는 대면 행사다 보니 최근에 들어온 젊은 세대의 직원들 위주로 반발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기재 영도구청장은 "직원들에게 강요한 건 아니나 이번 축제가 동 직원과 주민 간의 화합을 우선시하다 보니 여러 말이 나오는 것 같다"며 "순위에 욕심있는 동 행정복지센터의 직원은 많은 부담을 느꼈을 것도 이해한다. 퍼레이드를 어떻게 진행할 지 이달 말까지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올해 30회째를 맞는 영도다리축제는 10월14일~16일 열린다. 축제 주제는 '영도의 다리, 문화를 잇다'며 아미르공원과 영도대교 일원, 유튜브 채널 등 온·오프라인으로 열린다.

hun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