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거리서 비틀비틀'…부산 마약 범죄 매년 800건 이상 검거

복잡한 유통 경로에 갈수록 연령대도 어려져…"범정부 차원 대응"

경찰에 압수된 대마건초. /뉴스1 DB

(부산=뉴스1) 백창훈 기자 = 지난 8월10일 오후 4시30분쯤 부산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에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오피스텔에는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이 없었고, 숨진 A씨(30대)의 몸에도 특별한 외상은 없었다.

경찰조사 결과 A씨의 몸에서 마약 성분이 나왔다. 전날 A씨와 함께 술을 마셨다는 B씨(30대)의 몸에서도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 정확한 사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서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경찰은 약물중독에 의한 사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8월30일 오전 2시40분쯤에는 부산 중구의 한 건물 복도에서 '횡설수설하는 남자가 있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이날 오전 3시30분쯤 길거리에서 비틀대는 A씨(50대)를 붙잡았다. A씨는 경찰의 간이시약 검사에서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왔다. 그의 가방에서는 약에 취해 훔친 다른 사람의 지갑이 나왔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마약 투약 사실을 시인했다. A씨는 이전에도 마약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수감 생활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마약 유통 경로가 다양화되면서 이같이 도심 한복판에서의 마약 관련 사건이 매년 800건 이상씩 발생하고 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총 4713명의 마약류 사범이 검거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 929명 △2018명 814명 △2019명 872명 △2020년 1276명 △2021년 822명이다. 올해 8월까지 628명이 붙잡히면서 지난해 검거 건수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거 건수뿐 아니라 마약류 범죄 피의자의 연령대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 8월 102명을 검거했는데, 이 중 30대 이하가 66.6%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10대 3명 △20대 41명 △30대 24명이다.

전문가들은 마약류 범죄가 줄지 않는 이유로 유통 경로가 복잡해진 점을 꼽는다. 직접 대면으로 접근하던 과거와 달리 일반인들도 다크웹 등 인터넷을 통해 쉽게 마약의 유혹에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투여를 한다는 제보가 있어도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 등으로 유통하기 때문에 검거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경찰은 매년 실시하고 있는 마약범죄 특별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전문가들는 그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함혜현 부경대 공공안전경찰학과 교수는 "마약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공급 차단'과 '수욕 억제'라는 두 가지 트랙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이미 사회 곳곳에 퍼진 마약 수요를 억제하기는 어렵다"며 "최근 적발한 마약 유통 경로를 분석해 경찰과 보건복지부, 관세청 등 유관기관이 정보를 공유해 범정부 차원에서 마약 공급을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들어 누구나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게 됐다"며 "처음엔 호기심으로 접했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독자의 길로 빠져들 수 있으니 젊은 2030세대들이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hun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