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붕괴사고 방치…역대급 태풍 '힌남노'에 또 산사태 우려

서구청, 지난해 6월 붕괴지역 '예산 부족'에 공사 못해
현장엔 낙석방지책·톤마대 임시조치…"벌써부터 겁나"

시내버스가 2일 오후 지난해 붕괴사고가 발생한 부산 서구 암남동 급경사지 도로 옆을 지나가고 있다.2022.9.2/뉴스1 백창훈 기자

(부산=뉴스1) 백창훈 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6일쯤 부산을 지나갈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붕괴사고가 난 지 1년이 넘었지만 복구공사도 못하고 있는 '서구 급경사지'에 대해 산사태 우려가 나오고 있다.

2일 오후 2시쯤 부산 서구 암남동 233-4번지 급경사지 일대. 붕괴사고가 일어난 지 1년3개월이 지났지만 복구공사가 이뤄지지 않아 흘러내린 토사 중 일부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구가 8m 높이의 낙석방지책과 3단 톤마대(908개)를 임시방편으로 설치했지만 태풍 '매미'급으로 예보된 힌남노를 막기엔 부실해 보였다.

당초 왕복 2차선이었던 급경사지 앞 도로는 붕괴사고로 인해 2개 차로가 통제되면서 왕복 1차선으로 줄어 있었다.

도로에는 인근 사하구 감천항과 냉동창고를 이용하는 수산물 컨테이너와 냉동탑차, 레저용 차량이 수시로 오가면서 위험해 보였다.

2일 오후 냉동창고 한 직원이 지난해 붕괴사고가 난 부산 서구 암남동 급경사지 를 가리키고 있다.2022.9.2/뉴스1 백창훈 기자

업계 관계자들은 태풍이 오면 추가 붕괴가 불가피하다며 2차 사고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물류업체 직원 안모씨(40대)는 "사고가 난 붕괴사고와 회사가 맞닿아 있어 항상 불안했는데, 이번 태풍으로 걱정이 더 크다. 민원도 몇 차례 넣었으나 바뀌는 건 없었다"고 밝혔다.

안씨는 "이 일대는 사고가 나기 전부터 집중호우만 오면 도로도 침수됐다. 태풍과 겹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지 벌써 겁이 난다"고 말했다.

냉동창고 직원 박모씨(50대)는 "지난해 붕괴 사고가 난 후 사고 수습을 위해 이 일대의 교통이 전면 통제됐었는데, 한동안 산복도로로 차량들이 우회하면서 도로 폭이 좁아 수시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붕괴 지역을 가리키며 "맨눈으로 봐도 흙 속에 파묻혀 있어야 할 나무뿌리가 그대로 보인다"며 "컨테이너들이 감천항으로 오가는 주요 도로여서 태풍이 오기 전 산사태를 막을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곳 붕괴사고는 지난해 6월 급경사지의 50m 높이에서 흙과 함께 돌이 떨어져 인근 도로를 덮치면서 일어났다. 당시 행인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붕괴 면적만 1700㎡에 이르러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하지만 관할 지자체인 서구는 예산 부족으로 복구공사를 시작조자 못 한 상태다. 구에 따르면 공사에는 최소 100억원이 필요한데, 확보된 예산은 10억원에 불과하다.

공사는 붕괴 사고가 난 부분을 절토한 뒤 콘크리트 등을 이용해 계단 형식으로 옹벽을 구축하는 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추가적인 지원을 위해 행정안전부에 국비를 요청했고, 최근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며 "현재 실시설계용역을 진행 중이며, 내년 초 복구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hun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