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붕괴사고 방치…역대급 태풍 '힌남노'에 또 산사태 우려
서구청, 지난해 6월 붕괴지역 '예산 부족'에 공사 못해
현장엔 낙석방지책·톤마대 임시조치…"벌써부터 겁나"
- 백창훈 기자
(부산=뉴스1) 백창훈 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6일쯤 부산을 지나갈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붕괴사고가 난 지 1년이 넘었지만 복구공사도 못하고 있는 '서구 급경사지'에 대해 산사태 우려가 나오고 있다.
2일 오후 2시쯤 부산 서구 암남동 233-4번지 급경사지 일대. 붕괴사고가 일어난 지 1년3개월이 지났지만 복구공사가 이뤄지지 않아 흘러내린 토사 중 일부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구가 8m 높이의 낙석방지책과 3단 톤마대(908개)를 임시방편으로 설치했지만 태풍 '매미'급으로 예보된 힌남노를 막기엔 부실해 보였다.
당초 왕복 2차선이었던 급경사지 앞 도로는 붕괴사고로 인해 2개 차로가 통제되면서 왕복 1차선으로 줄어 있었다.
도로에는 인근 사하구 감천항과 냉동창고를 이용하는 수산물 컨테이너와 냉동탑차, 레저용 차량이 수시로 오가면서 위험해 보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태풍이 오면 추가 붕괴가 불가피하다며 2차 사고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물류업체 직원 안모씨(40대)는 "사고가 난 붕괴사고와 회사가 맞닿아 있어 항상 불안했는데, 이번 태풍으로 걱정이 더 크다. 민원도 몇 차례 넣었으나 바뀌는 건 없었다"고 밝혔다.
안씨는 "이 일대는 사고가 나기 전부터 집중호우만 오면 도로도 침수됐다. 태풍과 겹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지 벌써 겁이 난다"고 말했다.
냉동창고 직원 박모씨(50대)는 "지난해 붕괴 사고가 난 후 사고 수습을 위해 이 일대의 교통이 전면 통제됐었는데, 한동안 산복도로로 차량들이 우회하면서 도로 폭이 좁아 수시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붕괴 지역을 가리키며 "맨눈으로 봐도 흙 속에 파묻혀 있어야 할 나무뿌리가 그대로 보인다"며 "컨테이너들이 감천항으로 오가는 주요 도로여서 태풍이 오기 전 산사태를 막을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곳 붕괴사고는 지난해 6월 급경사지의 50m 높이에서 흙과 함께 돌이 떨어져 인근 도로를 덮치면서 일어났다. 당시 행인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붕괴 면적만 1700㎡에 이르러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하지만 관할 지자체인 서구는 예산 부족으로 복구공사를 시작조자 못 한 상태다. 구에 따르면 공사에는 최소 100억원이 필요한데, 확보된 예산은 10억원에 불과하다.
공사는 붕괴 사고가 난 부분을 절토한 뒤 콘크리트 등을 이용해 계단 형식으로 옹벽을 구축하는 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추가적인 지원을 위해 행정안전부에 국비를 요청했고, 최근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며 "현재 실시설계용역을 진행 중이며, 내년 초 복구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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