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대교 추격전 난투극…'친구' 실사판 부산 양대 조폭

부산경찰청, 조직원 73명 검거 24명 구속, 상부 조직원 수사 확대
지난해 5월 술자리 시비가 빌미…도심·장례식장 등서 잇단 패싸움

지난해 5월 부산의 한 장례식장 앞에서 A, B파 조직원이 집단으로 싸우고 있는 모습.(부산경찰청 제공)

(부산=뉴스1) 이유진 기자 = 30여년간 부산지역에서 세력다툼을 벌여 온 폭력조직 A, B파의 조직원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영화 ‘친구’의 모티브가 된 이들 조직은 최근에도 비슷한 상황으로 부산 도심에서 집단 패싸움을 벌였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두 폭력조직 조직원 73명을 검거해 폭행을 주도한 24명을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렇게 무더기로 조직원들이 검거돼 구속된 경우는 부산경찰청 사상 처음이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부산 도심 번화가, 장례식장 등에서 집단 패싸움을 벌이거나 시민들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1980년대 비슷한 시기에 결성된 A, B파의 세력다툼은 수십년간 이어지고 있다.

가장 유명한 사건이 영화 ‘친구’로 만들어지기도 한 1993년 부산 동구 조방 앞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다. 부산 영도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친구였던 두 사람이 각각 A, B파 조직원이 되면서 사이가 틀어지고 결국 B파 조직원 친구가 A파에 의해 살해된다.

이후에도 A, B파는 영역 확장 등을 이유로 패싸움을 해왔고 2006년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에서 장례를 치르던 A파와 B파 조직원 60여명이 집단 패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렇게 보복성 싸움을 계속해오던 A, B파는 최근에도 부산 도심에서 흉기 난투극을 벌였다.

지난해 5월 부산 광안대교에서 A, B파가 차량 추격적을 벌이고 있는 모습.(부산경찰청 제공)

이 싸움은 지난해 5월7일 오전 4시쯤 해운대구 한 주점에서 열린 A, B파 조직원 등 친구 10여명의 술자리가 빌미가 됐다.

이날 술자리에서 시비가 붙으면서 친구 사이였지만 A, B파에 각각 소속돼 있던 C씨와 D씨가 싸우게 됐고 조직간 패싸움으로 번졌다.

이들은 광안대교에서 차량 추격전을 벌이거나 서면 등 도심에서 야구방망이와 흉기 등으로 난투극을 벌였다.

집단폭행에 가담한 조직원들은 대부분 20대 신규조직원이다. A파는 2019년 1월부터 2년간 신규조직원 14명을, B파는 2017년 1월부터 4년간 신규조직원 22명을 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진구 서면, 동래구 온천장, 수영구 광안리, 금정구 일대를 장악하고 있는 A파와 중구 중앙동 위주로 활동하는 B파의 주도권 싸움이 계속되면서 경찰은 상부 조직원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9월1일부터 조직폭력범죄 집중단속을 실시하고 특히 폭력조직의 자금원이 되는 불법사업의 범죄수익금을 추적해 기소 전 몰수·추징하는 방침을 정했다.

최해영 부산청 강력범죄수사대 강력2계장은 “이번 수사로 추가된 조직원들의 신원을 파악해 관리하겠다”며 “조폭으로부터 피해를 당하고도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경찰은 신고자의 신원을 보호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oojin7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