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거리에 일장기?…보수단체 잇따른 불법 구조물 설치 논란
한 달도 안 돼 두 차례 기습 설치…구 "강제 철거 고심"
- 백창훈 기자
(부산=뉴스1) 백창훈 기자 = 평화의 소녀상과 일제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있는 부산 동구 항일거리에 보수 단체가 일장기가 포함된 불법 구조물을 잇따라 설치하면서 논란이다.
10일 부산 동구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항일거리에 태극기, 성조기, 일장기,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린 2m 높이의 철제 구조물이 설치됐다. 현재까지도 철거되지 않은 상태다.
해당 구조물은 관할 지자체인 동구의 사전 허가 없이 불법 설치됐다. 구는 보수 성향의 한 단체에 의해 설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지난 5월 중순쯤 보수단체인 '진실국민' 관계자가 청사로 방문해 '노동자상을 철거하지 않으면 또다른 조형물을 설치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며 "이 일 이후 국기들이 설치됐다 "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진실국민 측은 5월17일 항일거리 노동자상 바로 뒤편에 2m 높이의 또 다른 철제 구조물을 설치하기도 했다. 이 역시 구로부터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구조물이다.
이 구조물에는 '화해거리'라는 문구가 적혀 있고 왼쪽에는 태극기, 오른쪽에는 일장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 아랫부분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인형 6개가 검은색 끈에 매달려 있다.
일장기는 이 구조물이 설치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행인에 의해 강제 철거됐지만, 누군가가 보름 만에 다시 설치하는 등 해프닝을 겪었다.
이같은 불법 조형물이 짧은 기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지만, 구는 강제 조치를 망설이고 있는 상태다. 항일거리에 설치된 노동자상 역시 불법으로 설치됐기 때문이다.
구 도시안전과는 "항일거리에 설치된 소녀상과 노동자상 중 소녀상만 관련 조례가 만들어져 노동자상 역시 불법 점유물인 상태"라며 "하지만 노동자상은 국민정서상 3년째 철거하지 않아 보수단체 구조물도 강제 조치하기엔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구는 소녀상 설치 조례가 노동자상에도 적용이 되는지 부산시에 2차례 유권해석을 요청했지만, 아직 별다른 답변이 없는 상태다.
항일거리는 동구 초량동에 있는 정발장군 동상~일본총영사관까지 150m 구간을 말한다. 지난 2019년 부산 시민단체가 이 구간을 항일거리로 선포했다.
hun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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