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약초 재배해 '잼과 수제비누' 생산…"초기 판로개척 최대난관"

지리산 자락 산청 '솔채운' 정유선 대표

편집자주 ...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 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 어촌,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서다.

솔채운 잼과 수제비누 전경ⓒ 뉴스1

(산청=뉴스1) 김대광 기자 = '솔채운'이란 소나무의 '솔'과 한자어 '채운(彩雲)'의 합성어다. '채운'을 스페인어로 의역하면 무지개 빛깔 구름이란 뜻이다.

정유선 대표(49)가 운영하는 '솔채운' 농장은 경남 산청군 금서면 방곡리에 자리하고 있다. 지리산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유서 깊은 마을 중 하나다. 이곳에서 직접 키운 약초로 자연과 하나 된 솔채운 수제비누와 잼을 만드는 정 대표의 귀농 이야기를 들어봤다.

매일 향기로운 약초와 함께 건강한 귀농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정 대표는 귀농 전 경기도 광명시에서 보험회사 매니저로 근무했다.

"5년 동안 보험사 매니저로 일했죠. 세일즈 상도 타고 연봉도 꽤 높았지만 날로 쌓여 가는 스트레스는 스스로를 잠식해 가는 것 같았어요.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당시 부모님이 운영하는 펜션에 와서 쉬곤 했어요. 직장 생활하며 잃은 건강을 산청의 청정환경 속에서 되찾게 되면서 아예 눌러 살고 싶은 생각을 갖게 된 것이 귀농의 시작입니다"

이후 정 대표는 오랜 고민 끝에 귀농을 결심하고 2016년 7월 이 곳 금서면에 정착했다. 귀농 후 처음에는 어떤 농사를 지어야 할지를 두고 고민했다. 작물을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서 정 대표는 산청의 약초가 전국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약초를 직접 재배하고 그 생산물을 활용해 잼과 수제비누를 만들어 보자고 결심했다. 10년전 식품회사를 운영했던 남편 김철준씨(61)의 영향도 컸다.

정유선 대표의 솔채운 약초 밭에는 여성에게 좋다는 구절초 5000모종과 기관지, 폐에 도움을 준다는 맥문동 3000모종이 심겨져 있다. ⓒ 뉴스1

큰 욕심을 내지 않고 귀농한 정 대표였지만 귀농 초기 일정한 고정 수입이 없다는 점은 또 다른 난관으로 다가왔다. 판로는 온라인몰이 대부분이다. 판로개척이 어려워 소득이 현저히 낮은 형편이었다. 젊은 사람들처럼 인터넷이나 sns등을 잘 활용하는 편도 아니었기에 홍보나 판매 등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귀농에 실패하는 이유는 농사 실패, 판로 미비, 생활비 부족 등이 꼽힌다. 또 이 같은 문제에 시달려 결국 도시로 돌아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행히 약초를 이용한 천연 수제비누와 잼이 입소문이 나면서 각종 전시회(산청 약초축제, 경남 농축산물 축제, 부산 백스코 전시 등)에서도 반응이 좋았다. 또 산청군에서 운영하는 귀농교육이 큰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교육을 통해 귀농한 사람들과 정보교환은 물론 서로 격려하며 함께 할 수 있어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시골은 도시와 삶의 패턴이 아주 다르기 때문에 시골살이에 적응하는 게 가장 중요한 거 같습니다. 또 농사는 시작한다고 바로 월급처럼 수익이 들어오는 게 절대 아니므로 반드시 여유 자금이 있어야 합니다. 처음엔 전부 투자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솔채운 수제비누와 잼'은 2000평 되는 밭에서 직접 재배한 갖가지 약초를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약초 밭에는 여성에게 좋다는 구절초 5000모종과 기관지, 폐에 도움을 준다는 맥문동 3000모종이 심겨져 있다. 그 외에 매실과 대추, 산수유, 목련, 보리수, 석류, 철쭉, 감나무, 벚나무, 떡깔나무 숲 등 여러 작물이 어우려져 있으며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소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

약초 밭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구절초와 맥문동은 꽃이 예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공통점은 둘 다 꽃은 차로, 뿌리는 약재로 사용 한다는 점이다. 정 대표가 직접 재배한 구절초와 맥문동의 꽃과 잎, 줄기, 뿌리는 솔채운 잼과 비누의 원료가 된다.

솔채운의 천연 약초 비누는 CP비누를 베이스로 지라산 약초 분말과 원액을 담아 4~6주간의 숙성 기간을 거쳐 만들어진다. CP비누란 식물성 천연오일과 아로마 에센셜 오일, 수산화나트륨을 녹여 만드는 제조 방법을 말한다. 이와 같은 제조 방법으로 도토리 비누, 구절초 비누을 만들고 있다.

이밖에 방부제, 색소 등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은 지리산 생과일과 약초, 캐나다 천연 메이플 시럽 등을 베이스로 한 도토리 잼, 은쪽마늘 잼, 애생 오디 잼 등을 생산하고 있다. 수제 잼 제조 시에는 위생관리에 가장 신경을 쓴다.

올해 매출은 코로나19 여파로 4000만원 정도로 예상하지만, 가공시설과 장비 등을 확충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계획으로 6000만원 이상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여파로 현재 운영이 중단된 시그니처인 수제 잼과 비누 체험장도 곧 운영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정 대표는 귀농은 새로운 길에 들어서는 만큼 스스로 자신 있고 잘 하는 일을 활용해서 귀농 계획을 세우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녀에게서 삶의 여유와 건강과 행복이 느껴졌다.

솔채운에서 생산판매 중인 잼과 수제비누. ⓒ 뉴스1

vj377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