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기적은 틀림없이 있다"…'뇌사' 판정 '안락사' 권유, 그리고 '생환'

cpbc 특집다큐 2부작 '메일린의 기적' 24일 방송…박용만 前회장 '기적' 취재기
교황청 공식 인증한 메일린의 '기적'…모든 기록 담은 책, 교황청 서고에 보관

박용만 회장이 메일린의 부모와 인터뷰하는 모습. 박 회장은 메일린의 사고 당시를 물을 때가 이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가장 힘든 때라고 기억했다. / cpbc 캡처.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세상에 '기적'이 있을까. 여기 바티칸 교황청이 공식 인증한 진짜 '기적'이 있다.

성탄절 전야인 지난 24일 오후 가톨릭평화방송(cpbc)이 방송한 성탄특집다큐 2부작 '메일린의 기적'은 믿을 수밖에 없는 기적을 추적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 보여줬다.

2012년 프랑스 리옹, 그해 세 살이던 메일린 인실 트랑은 먹은 소시지가 목에 걸려 기도가 막히고 숨을 쉴 수 없었다. 점점 의식을 잃었고 급하게 병원 응급실로 향했지만, 부모가 의사로부터 마주한 말은 '그날 밤을 넘기기 어렵다'는 절망이었다.

실제로 그랬다. 메일린은 깨어나지 못했다. 혼수상태는 계속됐다. 급기야 의료진은 부모에게 '안락사'를 권유했다. 부모가 혼수상태서 우연히, 또 유일하게 한 번 본 메일린의 눈도 죽은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부모는 의사의 권유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부모이기에.

어느 날, 신부님과 수녀님이 와서 '병자성사'를 했다. 그리고 그 기도는 한 신도의 제안으로 '9일 기도'로 이어진다. 리옹에서 시작한 기도가 얼마 뒤 프랑스 전역으로, 세계로 뻗어나갔다. 기적의 시작이었다.

레스토랑 운영자인 아버지는 가게를 열기 위해 리옹에서 니스로 거처를 옮겼다. 메일린도 리옹 병원에서 니스 병원으로 이송했다. 메일린이 니스 병원에 도착해 앰뷸런스에서 내리던 날, 그때 본 메일린의 눈은 전과 달랐다고 한다.

메일린의 부모는 인터뷰에서 "그때 '메일린이 돌아왔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혼수상태가 계속되던 어느 날, 니스 병원의 의사로부터 희망이 가득한 말을 듣는다. "메일린의 상태가 받은 의료 기록과 다릅니다. 이 아이가 죽는 일은 없을 거예요"라고.

사실이었다. 그 말이 나오고 메일린은 굉장히 빠르게 나아져 결국 완치했다. 뇌사 판정 약 40일만에 일어난 '기적'이었다. 현재는 15살 중학생 졸업반으로 호반의 도시 프랑스 안시에서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은 박용만 실바노 회장(現 (재)같이걷는길 이사장/전 두산그룹·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꼼꼼하게 취재한 결과물이다. 지난 5월 방문한 바티칸에서 메일린의 기적을 들은 박 회장은 이를 다큐로 제작하길 바랐고, 그 결과 이 다큐의 기획부터 진행, 내레이션까지 일인다역을 소화했다.

박용만 회장은 기적을 찾아 곧 일흔이 될 몸을 이끌고 프랑스 리옹을 시작해 안시와 니스, 꽁삐에뉴, 스위스 제네바,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 등 유럽 11개 도시, 4만 1000㎞를 6개월 간 넘나들었다.

'메일린의 기적'의 주인공 메일린. 그는 '안락사'까지 권유받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뇌사 40일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했다. / cpbc 캡처.

박 회장은 그간 일반에 쉽게 문을 열지 않았던 교황청 시성부, 신앙교리부, 복음화부 등 핵심부서 세 곳을 찾아 바티칸 성직자 7인의 인터뷰를 기적에 대한 증언으로 담았다.

특히, 교황청이 기적을 어떻게 공인하는지, 공인한 기적을 어떻게 보관하는 지 등을 상세하게 보여줘 관심을 끌었다.

교황청은 세계 각 교구에서 '기적 같은 일'을 접수해 심사하고, 심사를 통과하면 '기적'으로 공인한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교황청이 접수한 기적 신청 사례는 총 260건, 이 가운데 156건이 '기적'으로 인정됐다.

교황청이 제시하는 기적의 조건은 과학과 신학 두 갈래로 나뉜다. 이 가운데 과학적 조건은 '치유가 즉각적이고 완전하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어야 한다'로 매우 까다롭다.

이를 위해 교황청은 '기적'이 일어난 사람의 모든 의료 기록을 살펴보고, 공식 의료기관으로부터 여러 차례의 다양한 검증을 받으며, 증인들의 증언을 자세하게 듣는다.

마침내 '기적'으로 공식 인증되면 그 과정의 모든 기록을 책으로 만들어 서고에 보관한다. 메일린의 사례도 '기적'으로 공인되어 책으로 만들어져 서고에 보관돼 있다.

박 회장은 "교황청 시성부 문서실에 보관된 이 많은 기적을 보면서 예수 그리스도가 한결같이 우리 곁에 계시면서 한결같이 기적을 행해 오고 계셨음을 느낀다"며 "메일린에게 일어난 기적은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생겼고, 그리고 기도를 통해서 그분께 구했기 때문에 기적이 일어난 거 같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에서 물러난 후 봉사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2020년 재단법인 '같이 걷는 길' 이사장을 맡으며 독거노인 반찬 배달 등 사회의 소외계층을 돕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편, 메일린의 '기적'은 프랑스에서 출간돼 내년 우리나라에서도 번역·출간될 예정이다.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