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담 채취 이제 그만"…화천 마지막 사육곰, 자유 찾았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카라 구조…보호시설로 이송

화천 마지막 사육곰이 보호시설로 옮겨졌다.(카라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강원 화천군에 위치한 '사육곰' 농장에서 웅담 채취용으로 사육되던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구조됐다. 이로써 화천군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사육곰 농장은 폐쇄됐다. 전국 사육곰 농장은 19개에서 한 곳 줄어 18개가 됐다.

10일 동물보호단체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와 동물권행동 카라에 따르면 두 단체는 최근 화천군에서 사육곰을 구조했다.

구조된 사육곰은 2013년생 암컷이다. 1981년 농가 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정부 권장 하에 시작된 사육곰 산업은 웅담 채취를 위해 사육곰이 10살이 되면 도축을 허용한다.

구조된 사육곰도 도축이 가능한 10살이 되자 웅담을 사고 싶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다행히 소유주의 결정으로 무사히 고비를 넘겼다. 사육곰은 후원자의 이름을 딴 '주영이'라는 이름과 새 삶을 얻게 됐다.

최인수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는 "이번 구조로 화천군에서 사육곰이 완전히 사라진 점은 의미가 크다"며 "지난해 정부와 사육곰 농가, 동물단체가 모여 사육곰 산업을 끝내고 남아있는 사육곰들을 보호하기로 협약했다. 이에 발맞춰 국회와 환경부에서 관련법과 보호시설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구조 전 웅담 채취용 농장에 갇혀 살아온 사육곰의 모습(카라 제공) ⓒ 뉴스1

사육곰 산업 종식을 위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 9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돼 통과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다만 환경부에서 추진 중인 공영 사육곰 보호시설 조성은 계획대로 완공되더라도 구례의 경우 49마리, 서천은 70마리 규모로 전국에 남은 사육곰을 모두 수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최태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는 "정부의 공영 사육곰 보호시설이 완공돼도 현재 남아있는 사육곰들의 절반가량은 여전히 갈 곳이 없다"며 "보호시설의 운영 주체에 따라 곰들의 복지 수준도 크게 달라질 수 있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민간에서도 자체적으로 민영 보호시설인 생츄어리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 단체의 보호시설도 갈 길이 멀지만 주어진 여건 하에서 사육곰들을 구조하고 있다.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구조는 고등학교 교사인 이주영 씨가 "사육곰 구조 비용과 구조 후 보호 비용까지 모두 부담하겠다"면서 사육곰의 구조를 요청해 가능했다. 이 교사는 북극곰을 돕기 위해 오랫동안 돈을 모았다가 사육곰의 비극적인 현실을 알게 되면서 기부를 결심했다.

앞서 두 단체는 2021년부터 화천군 내 사육곰 농가들과 협의해 총 17마리의 사육곰을 구조했고 자체 보호시설에서 보호하고 있다.

이번에 구조된 사육곰 역시 화천군 내 해당 시설로 옮겨져 여생을 보낼 예정이다.[해피펫]

구조된 사육곰이 머물 수 있는 보호시설(카라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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