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오페라 '봄봄' 안지환 단장, "소설, 음악을 만나 웃다"

[인터뷰] 31일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서 공연

창작 오페라 '봄봄'을 무대에 올리는 안지환 그랜드오페라단 단장 2012.12.31/뉴스1 © News1 안은나 인턴기자

</figure>"소설, 음악을 만나 웃다!"

서울과 부산을 일주일에도 몇 번씩 오가는 안지환 그랜드 오페라단 단장(59).

어린 시절, 교회에서 성악을 하던 여성에 반해 시작한 음악이 이제 그의 인생 전부가 됐다. 이런 그의 열정은 지금 그 어느때보다도 뜨겁다. 안 단장은 "'창작오페라 '봄봄'만 생각하면 설레고 흥분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31일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김유정의 소설 '봄봄'을 소재로 한 창작오페라 '봄봄'을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1월29일~2월5일) 문화행사의 하나로 무대에 올린다.

◇한국 대표 소설이 서양의 오페라를 만났다

창작오페라 '봄봄'의 한 장면 (그랜드 오페라단 제공) © News1

-스페셜 올림픽 초청 무대에 창작 오페라 '봄봄'을 선보이는 이유는. ▶'봄봄'은 한국 전통의 오페라다. 국가 행사이자 세계대회인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에 한국을 소재로 한 작품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유정 작가의 '봄봄'을 바탕으로 한 오페라를 선정한 이유는 봄이 '희망'을 이야기 하기 때문다. 지적장애인이 출전하는 스페셜올림픽에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 '봄봄'을 선택했다.

-창작 오페라 '봄봄'을 소개한다면. ▶ 김유정 작가는 가난에 찌들어 평생을 살다 29세에 요절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서는 전혀 어두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작품 속에서 맑은 기운만이 느껴지는 것이 바로 작가의 생명력이다. 봄봄은 농촌의 풋풋한 사랑을 그려내며 순수한 사랑이 뭔지를 말한다. 이런 이야기를 작가의 시각에서 잘 풀어냈기에 문학적 가치가 있다. '봄봄'이 지닌 문학적 가치를 음악으로 잘 표현한 것이 창작오페라 '봄봄'이다.

-창작 오페라 '봄봄' 만의 특징은. ▶ 음악적으로 작품성과 완성도가 높다. 45분짜리 완벽한 오페라이기 때문에 거두절미하고 본론만 이야기한다. 요즘같이 1분 1초가 바쁜 시대에 지루하지 않게 본론으로 뛰어들기 때문에 직접적이고 쉽다. 또한 극을 끌고 가는 핵심이 품삯대신 딸을 준 장인과 데릴사위 간의 재미난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욱 쉽고 재미있다. 이러한 갈등 구조를 리드미컬한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소설이 지니고 있는 감정을 음악이 극대화하는 것이다.

-창작 오페라와 기존 서구 오페라의 차이점은. ▶무언가를 표현하는 예술이라는 범위 안에서는 차이가 없다. 다만 전달하는 방식과 소재가 다를 뿐이다. 서양 오페라의 대표작인 '토스카'도 애초에는 창작된 것이다. 이건용 선생이 창작한 '봄봄'은 본질적으로 오페라라는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기존 서구 오페라와 다를 것이 없지만 '한국'에서 창작됐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봄봄'은 우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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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지환 그랜드오페라단 단장 . 2012.12.31/뉴스1 © News1 안은나 인턴기자

</figure>-다수의 작품을 맡았다. 그 중 '봄봄'에 특히 애착이 가는 이유가 있는지. ▶우리 것이기 때문이다. 국수적인 애정이 아니라 자발적인 애정이다. 따라서 '봄봄'을 이야기할 때면 신이 나고 흥분된다. 설레기까지 한다. 작품에 대한 자연스런 애착이 관심으로 이어져 이 작품을 맡게 된 것 같다.

-창작오페라 '봄봄'이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소재로 한 만큼 해외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다. ▶외국인들이 '봄봄'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신선'이다. 지난해 일본과 중국에서 소외계층을 상대로 '봄봄' 공연을 진행했다. 공연을 본 모두가 봄봄의 내용을 자신과 동일시했다.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봄봄을 통해 예전의 향수를 기억하고 주인공 순이와 길보의 또래는 그들에게 공감했다. 공연이 끝난 후 모두가 '예전의 기억을 되새길 수 있어서 아름다웠다'고 공연을 평가했다. 이는 바로 보편성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풋풋한 사랑, 열망 등이 전 세계인들에게 통하는 것이다. 따라서 '봄봄'과 같은 창작뮤지컬을 통해 오페라의 브랜드화와 세계화가 가능할 것 같다. 나아가 K오페라도 가능하다. K팝의 성장으로 연간 4조원의 수익이 발생하 듯 오페라도 충분히 문화산업화가 가능하다. '봄봄'에 대해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봄봄'에 등장하는 배우들도 '우리 것'에 대한 생각에 동의하는가. ▶ '봄봄'에 등장하는 배우들 대부분은 이탈리아와 독일, 미국 등에서 솔리스트로 활약하던 유학파들이다. 이들이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재능기부 형식으로 공연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공연을 어떻게 알릴 것인지, 우리 것을 어떻게 더 확산시킬 것인지에 대해 자긍심을 지니고 있다.

- 창작 오페라 '봄봄'을 준비하며 아쉬운 점은. ▶ 우리 것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 서구 오페라가 더 많은 무대에 오르는 상황에서 창작 오페라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매우 저조하다. 우리 것을 발전시켜 창작오페라를 선보이는 단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이를 통해 우리 것,창작 오페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창작 오페라 '봄봄'

창작오페라 '봄봄'은 현대소설의 백미인 김유정의 소설 '봄봄'을 소재로 작곡가 이건용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가 2001년 작곡한 작품이다. 1930년대 우리 농촌을 배경으로 시골 남녀의 순박한 사랑과 이들의 결혼을 방해하려는 심술궂은 장인 사이의 갈등을 해학적인 시각으로 풀어낸다.

◇안지환 단장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및 동대학원 졸업 후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 연주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김자경오페라단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등을 비롯해 <마술피리>, <세빌리아의 이발사>, <나비부인> 등에 출연했다.

1996년에 그랜드오페라단을 창단해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국립극장 초청 <카르멘> 등 50여편의 오페라를 제작한 바 있다.

2007년 문화관광부장관 표창, 2011년 부산시문화상 등을 수상했고 MBC일요 오페라무대 진행자를 역임했다.

현재 신라대학교 예술대학 음악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부산 오페라하우스건립추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