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마음으로 껴안은 수많은 유기체의 삶…이채원 '모든 숨'展
서울 용산 디스위켄드룸서 1월 10일까지
-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자연의 섭리와 변화로부터 얻는 호기심과 위안, 경외감을 그림에 담는 이채원 작가의 개인전 '모든 숨'이 1월 10일까지 서울 용산구 디스위켄드룸에서 열린다.
이채원은 작품 제목에 '숨', 마음', '얼굴', '호흡' 등을 자주 사용한다. 작가가 그려내는 존재를 저마다의 맥박과 체온, 감정을 가진 오롯한 주체로 대하기 때문이다. 전시명도 작가가 몸과 마음으로 껴안는 수많은 유기체의 삶과 맞닿아 있다.
'별 헤는 나무' 속 날개를 고이 접고 엎드린 사자 위에는 앙상한 나무에 걸터앉은 하얀 몸이 영원히 만날 수 없을 것처럼 선명한 벽을 두고 각자의 시간을 마주한다.
'고요의 바다'에 그려진 이들은 칠흑 같은 물속의 어둠을 헤치고 서로의 연약한 현존을 확인하며 머리를 맞대고, '겨울 밤의 얼굴'의 눈밭을 밝히는 옅은 노란 달은 남은 온기를 지키려는 듯 땅에 웅크린 이와 어깨를 나누며 앉아 있다.
별 무리를 향해 날개를 펼치거나 땅으로 고개를 숙인 형상은 끝없이 깊고 넓은 대자연의 바람과 햇살을 소리 없이 온몸으로 대할 뿐이다.
이채원은 여러 필터를 통과한 이미지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이로부터 회화의 근간을 마련한다.
직접 눈으로 관찰하기, 무의식에 침잠해 있던 기억의 조각을 문장으로 옮기거나 그리기, 온라인에서 편집된 가상의 풍경을 수집하기, 구글 어스에 포착된 지구 반대편의 모습을 눈으로 여행하기, 천체 관측 기구로 별자리를 찾아보기는 모두 그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작가가 세상을 단순히 아름다움과 무한한 가능성으로만 읽어내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도리어 그는 인류가 폭력적으로 남용하고 파괴했던 크고 작은 실체들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의 목소리는 미래를 속단하거나 예언하기보다 현실에 만연한 기성의 인식을 신중하게 비틀고 와해시켜, 그 틈으로 가능성의 빛을 비추어본다.
그려진 것들이 사람의 모습을 어렴풋이 닮아서인지, 지구 곳곳에 난 생채기를 보듬는 이채원의 마음이 어쩐지 우리의 마음을 보살피는 것 같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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