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추억 속 '향'은 무엇인가요?"…미술관 채운 '오도라마'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작가 구정아 귀국 보고전
서울 종로 아르코미술관서 2025년 3월23일까지…무료관람
- 김일창 기자
"엄마가 밥을 짓고 마당에서 언니와 노는 추억.""초여름이나 초가을 녹사평역에서 삼각지역으로 새벽에 자전거를 타고 귀가할 때 가로수가 울창한 내리막길을 달리던 향기."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향'에 관한 우리의 기억과 추억이 '글'과 뭉쳐진 '향'으로 미술관을 채웠다.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은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인 구정아의 귀국보고전 '구정아-오도라마 시티'를 2025년 3월 23일까지 연다.
전시는 1층 전시실에 걸린 약 120개의 출력된 배너들을 마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배너 안에는 '향'과 관련한 600여 명 각각의 추억과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구정아 작가와 전시팀은 베니스비엔날레를 준비하면서 지난해 6월 25일부터 9월 30일까지 '한국의 도시, 고향에 얽힌 향의 기억'을 수집했다. '한국'과 관련했지만, '한국'에 한정하지는 않아서 다국적 외국인과 남한에 정착한 북한 새터민도 추억과 기억을 더했다.
특히 북한 새터민의 고향을 향한 그리움은 '향'으로 굳어져 읽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전시명 '오도라마'는 '오도'(odor)에 '드라마'(drama)의 '-라마'(-rama)를 합친 것이다. 후각과 시각을 공감각적 매체로 해, 가시와 비가시의 경계를 탐구하고 두 세계 너머의 열린 가능성을 내포한다.
수많은 '향'과 관련한 추억과 기억은 2층 전시실에서 직접 마주하게 된다. 작가와 전시팀은 수집한 이야기를 토대로 조향한 17개의 서로 다른 향기를 뫼비우스 링에 담아 공중에 매달았다.
오도라마 시티 향을 포함해 △도시 향기 △밤 공기 △사람 향기 △서울 향기 △짠내 △함박꽃 향기 △햇빛 냄새 △안개 △나무 냄새 △장독대 △밥 냄새 △장작 냄새 △조부모님댁 냄새 △수산시장 △공중목욕탕 △오래된 전자제품까지 모두 다른 향은 어울리며 제각기 냄새를 낸다.
올해 열린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한국관은 1995년 개관 이래 처음으로 두 명의 큐레이터, 이설희 덴마크 쿤스트할 오르후스 수석 큐레이터와 야콥 파브리시우스 덴마크 아트 허브 코펜하겐 관장이 공동으로 예술감독을 맡았다.
지난 19일 현장에서 만난 파브리시우스는 "분자 형태인 '향'은 통제할 수 없고 경계도 없다"며 "그래서 섞이면서도 섞이지 않고 제각각의 냄새를 지닌다. 마치 모든 곳에서 살고 일하는 작가와 같다"고 말했다.
임근혜 아르코미술관장은 "우스와 벤치 등 조각적 요소가 포함된 비엔날레 전시와 달리, 서사와 후각의 비물질적 요소로 구성된 귀국전은 또 다른 감각으로 한국 관람객을 만날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무료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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