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 "'신동' 때와 달라진 점은…"(종합)
성남·울산·청주 등 전국 13개 도시 투어공연
내년이면 데뷔 35주년…"한국이 자랑스럽다"
- 정수영 기자
"어렸을 때보다 지금 더 바이올린 연주를 즐기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엔 연주, 리코딩 스케줄로 정신없이 바빴어요. 요즘은 제가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하고, 함께하고 싶은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추고, 또 듀오 파트너와 레파토리를 구성할 수 있어 무대가 더 즐겁습니다."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전국 순회 연주회 일정으로 5년 만에 한국을 찾은 '바이올린 여제' 사라 장(44)은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신동'으로 불리던 소녀 시절과 불혹 훌쩍 넘긴 지금을 비교할 때 달라진 점에 대한 답변이었다.
9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 사라 장의 국내 13개 도시 순회공연을 앞두고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그의 '피아노 파트너'이자 '줄리아드 동문' 피아니스트 훌리오 엘리잘데도 동석했다.
매해 12월이면 한국을 찾아 국내 관객과 만나는 사라 장에겐 '미스 디셈버(Ms. December·12월의 아가씨)'란 별명이 붙었다. 변화무쌍한 한국의 모습은 그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
"예전에는 유럽으로 연주하러 가면 사람들이 '한국은 어떤 나라인지' 물어보곤 했어요. 지금은 케이팝, 드라마, 음식까지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알려졌죠. 제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사라 장은 이번 공연에서 요하네스 브람스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작품을 들려준다.
브람스 F.A.E 소나타 중 스케르초 c단조를 비롯해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제3번 d단조, Op. 10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소나타 제2번 D장조, Op. 94를 피아니스트 훌리오 엘리잘데와 연주할 예정이다.
두 작곡가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브람스는 너무나 로맨틱하다, 바흐나 모차르트도 낭만적인 음악가이지만, 브람스처럼 마음을 흠뻑 쏟아낼 수 있도록 자유를 주는 작곡가는 많지 않다"면서 "브람스는 저와 캐릭터가 잘 맞는 것 같다, 저도 아주 로맨틱한 사람이다(웃음)"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괴물 같은 프로코피예프 소나타는 꼭 넣고 싶었다"며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동등하게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연주되는 프로그램을 좋아한다"며 이번 연주회에서도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서로 조화를 잘 이룬 작품을 골랐다"고 덧붙였다.
훌리오 엘리잘데도 이와 관련해 부연했다.
"요즘 바이올린 연주자들 공연을 보면, 피아노보다 바이올린이 드러나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세계적인 음악가인 사라와 피아노·바이올린이 동등하게 연주되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어 의미가 큽니다. 사라가 끊임없이 음악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탐구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1990년 9세 때 거장 주빈 메타가 이끄는 뉴욕 필하모닉과의 협연으로 세계 무대에 데뷔하며 큰 화제를 모았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은 이제 수많은 후배 음악가를 둔 대선배가 됐다. 내년이면 어느덧 데뷔 35주년을 맞는다.
"제가 여덟 아홉살 때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선생님은 어린 제게 친절한 조언을 정말 많이 주셨어요. 드넓은 음악 세계에 대해 눈을 뜨게 해주셨죠. 클래식 음악계는 사실 좁아요. 한국 음악가들끼리 뭉쳐서 한국을 빛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이번 연주회는 오는 10일 성남을 시작으로 울산, 청주, 강릉 등을 거쳐 서울에 이르기까지 전국 13개 도시를 투어하는 공연이다. 마지막 무대인 서울 공연은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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