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와 그림 사이, 2000년대 구상미술"…'서울 오후 3시'展

성곡미술관에서 12월 8일까지…강석호·박진아·이광호·이제 등 9명 작가 참여
"디카 처음 등장, 카메라 통한 관찰자적 시선…민중미술로부터 심리적 거리"

이제, 금호 터널, 캔버스에 아크릴, 177×238cm, 2005. 성곡미술관 제공.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디지털카메라가 일상화된 첫 시기, 사진과 그림 사이에서 '그리기'를 시도했던 2000년대 한국 구상미술의 경향을 9명의 작가를 통해 살펴보는 전시 '서울 오후 3시'가 오는 12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강석호, 김수영, 노충현, 박주욱, 박진아, 서동욱, 이광호, 이문주, 이제 작가의 2000년대 풍경 및 인물 그림 5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한 첫 세대인 이들은 카메라의 눈을 통해 현실의 치열함으로부터 중립적 거리를 만들고, 정확한 재현 대신 개인의 감수성을 반영하는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이전 시대의 사회비판적 미술인 민중미술이나 사진을 재현한 극사실주의와 다른 태도를 보였다.

전시명은 현실 안에 있으면서도 다른 곳을 향하고 싶어지는 시간이 '오후 3시'라는 점을 반영해, 참여 작가들의 현실에 대한 태도를 반영한다.

전시는 △서울에서 그리다 △사진에서 그림으로 △풍경 안에 그들이 있었다로 나눠 당시의 사회적 배경과 미술사적 맥락을 제시한다.

전시를 기획한 이은주 독립기획자는 "작가들은 현실을 보고 있지만 카메라를 통해 관찰자적 시선을 견지하면서 민중미술이 투신했던 치열한 현장으로부터 심리적 거리를 확보했다"며 "집단적 서사에서 벗어나 현실을 회화적 장면으로 변환하기 위해 카메라의 시선을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문 제목으로 덧붙인 '클라우디'(cloudy)는 이들의 그림 속에 스며있는 미세한 정서를 지시한다"며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그 미진한 정서는 아직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를 시대적 변화에 대한 중립적 관점에 기반하며, 민주화 투쟁 세대애 대한 부채감, 여전히 잔재하는 긴장과 불안, 향수, 혹은 새롭게 시작하는 희망과 개인적 공간에서의 상상을 결코 과잉되지 않은 상태로 포괄한다"고 했다.

이광호, 인터-뷰: 이정은, 캔버스에 유화, 80.3×60.6cm, 2006. 성곡미술관 제공.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