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은 제게 OO입니다"…이진한, 갤러리현대와 첫 개인전
낯선 영국에서의 유학 생활, 작가·여성·인간으로서의 '고뇌'
작품에 짙게 밴 자기 이야기…'Lucid Dreams' 12월 22일까지
-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손은 한겨울 장갑을 착용할 때 등을 빼면 늘 노출돼 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거나, 오랜만에 지인을 만났을 때 우리는 악수하며 손과 손이 맞닿는 경험을 한다. 이렇게 연인 사이가 아니어도 우리는 타인의 손을 맞잡는다.
발은 다르다. 일할 때는 양말을 신고, 신발까지 신는다. 집이 아니고서야 양말을 벗는 일은 잘 없다. 양말을 벗고 맨발인 상태라면 그건 한 인간의 상태가 아주 편하다는 방증이다. 연인 사이라면 어떨까. 맨발과 맨발이 맞닿아 있는 순간, 우리는 이를 사랑이라고 치환한다.
작가 이진한에게 맨발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진한의 어머니는 시부모를 모시고 살면서 집안에서 한 번도 양말 또는 덧신을 벗은 적이 없다고 한다. 시부모님에 대한 어머니의 예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동이다. 발에 대한 관심은 이렇게 어머니로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관심은 나아가 커지면서 맨발의 의미로 확장했고, '사랑'으로 종착했다.
이진한의 작품은 이렇듯 자기 이야기가 짙게 배어 있다.
오랜 영국 생활에서 느낀 이방인에 대한 편견과 서양미술사에 낄 수조차 없었던 동양인 작가로서의 고뇌, 그 고뇌 반대편에 선 한 여자로서의 자아, 세 자매 중 둘째로서의 삶, 그리고 '노란색'인 언니·동생과 다른 성향·색을 지닌 자신의 모습,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서툴렀던 사랑, 이 모든 것이 작품 곳곳에 녹아있다.
이진한이 오는 12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 '루시드 드림'(Lucid Dreams)를 연다. 이진한 작가가 갤러리현대와 함께하는 첫 개인전이다. 전시에서는 2007년 런던으로 건너가 2008년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점부터 15년간의 영국 생활과 귀국한 이후 현재까지의 작품 25점을 집약적으로 선보인다.
전시명은 개인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를 꿈과 현실이 혼합된 듯한 장면들로 선보이며 인간 내면의 보편적 울림을 발현하는 이진한의 작업 세계 전반을 은유한다.
1982년생인 이진한은 홍익대를 졸업하고 런던 세인트 마틴과 골드스미스에서 석사 학위를, 2021년 런던 UCL 슬레이드 미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마쳤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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