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만 시간의 법칙' 믿어…올해는 화가로 전력투구했다"(종합)
16일~11월 16일 학고재 개인전 기념 기자간담회
전시 핵심 키워드는 '마스크'와 '카펫'
- 정수영 기자
"학고재갤러리는 어렸을 때부터 훌륭한 갤러리로 알고 있었습니다. 올 초 학고재 대표님을 만나 전시 제안을 받았는데, 영광스러웠죠."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화가로 돌아온 영화배우 하정우(46)가 16일 서울 종로구 두레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4번째 개인전을 국내 주요 화랑인 학고재갤러리에서 갖는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16일부터 오는 11월 16일까지 한 달간 열리는 이번 전시의 제목은 '네버 텔 애니바디 아웃사이드 더 패밀리(Never tell anybody outside the family)'. "가족 외의 사람에게 내 생각을 말하지 말라"는 뜻으로 하정우의 '최애' 영화인 '대부'의 명대사다. 그에게 가족이란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하정우는 이번 개인전에서 올해 제작한 회화 작품 총 35점을 선보인다. "올 한 해 촬영 스케줄이 없어 그림에 전력투구"한 결과물이다. 그는 촬영이 없으면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꼬박 그림에 집중한다고 했다.
이번 전시의 핵심 키워드는 '마스크'와 '카펫'. '마스크'는 한국의 전통 탈을 소재로 한 작품 시리즈이고, '카펫'은 페르시아의 양탄자에서 영감을 받아 자유롭고 독창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시리즈다. 특히 '카펫' 연작은 2022년 영화 '비공식작전' 촬영 차 모로코에서 5개월간 머물렀던 경험이 큰 영감을 줬다고 하정우는 설명했다.
하정우가 그림에 발을 들인 건 "대학 졸업 후 불투명했던 내일을 버티기 위해서"였다. 그는 "그림 그리는 게 그저 좋았고 신났다, 그 시간만큼은 제가 위로받는 순간이었다"고 했다. 그림을 향한 순수한 호감과 전시 경력이 차곡차곡 쌓여 그의 이름 앞엔 어느덧 '배우'뿐만 아니라 '화가'라는 수식어가 생겨났다.
"만 시간의 법칙을 좋아합니다. 자랑하고 내세울 만한 그림도 못 되고, 서투르게 보일 수도 있지만, 진심을 담으면 통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하정우는 그림에 이토록 진심이지만, 미술이 아닌 연극을 전공하고 전업 작가도 아닌 그가, 대형 화랑인 학고재에서 전시회를 갖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이에 대해 하정우는 "2010년 첫 개인전을 열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약 15년간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안 좋은 얘기가 98%였다"면서 "제가 70대 할아버지가 되면 저를 작가로서 인정해 주시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작가로 인정을 받느냐 안 받느냐는 제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그저 계속해서 깊이를 쌓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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