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듣고, 자막으로 본 '미나리'…"마지막 장면에서 눈물"
태광그룹, 씨네큐브·세화미술관서 장애인 초청 '배리어 프리' 행사
-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동트는 새벽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
지난 8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예술 영화 전문 상영관 씨네큐브. '미나리'도, 배리어 프리 영화도 처음 관람했다는 황영실 씨(45, 시각장애)는 감상을 마친 후 "'충혈된 눈', '동트는 새벽 가족들이 서로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얼굴에는 그을음이 씻겨 있다'와 같이 장면 묘사가 아름다워서 감동이 200%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배리어 프리 영화는 장애인들도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해설 내레이션과 자막을 추가한 버전이다.
태광그룹 미디어 계열사 티캐스트가 장애인 무료 관람을 지원하는 '예술산책'의 일환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한국농아인협회와 노원시각장애인 복지관, 마포 발달장애인 지원센터, 종로구 장애인가족지원센터 등에서 100여 명의 장애인 및 활동보조인이 참석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이들은 수어로 많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지만, 영화가 시작하고 배우 박보검의 목소리가 나오자 곧바로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기자도 눈을 감고 온전히 귀에 집중하자 본 영화였음에도 영화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최보미 씨(31, 청각장애)는 "'미나리'를 집에서 노트북으로 봤는데 배리어 프리 버전으로 보니 생생함이 더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씨네큐브는 '미나리'를 시작으로 11월 5일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12월 10일 '리빙: 어떤 인생'을 배리어 프리 버전으로 상영할 예정이다.
태광그룹은 영화 상영이 끝나고 같은 건물에 있는 세화미술관으로도 손님들을 초청해 현재 열리고 있는 미국 팝아트 거장 제임스 로젠퀴스트의 전시를 수어로 설명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과 전시회 수어 해설은 장애와 상관없이 누구든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마련했다"며 "흥국생명빌딩은 앞으로도 도심 속 문화예술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 예술영화 전용 상영관 ‘씨네큐브’는 최고급 설비의 총 365석 두 개 관으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예술영화관이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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