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대화한 색채의 깊이, 수직·수평의 균형…유희영 개인전
'생동하는 색의 대칭', 서울 종로구 현대화랑서 20일까지
-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한국 추상회화의 거장 중 한 명인 유희영 화백이 지난 20여년간 탐구해 온 '색면 추상'(Color-Field Painting)의 정수를 보여주는 2000년 이후 작품 30점이 오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현대화랑에서 전시된다.
'생동하는 색의 대칭'(Vivid Symmetry)이라는 제목의 이번 개인전에서는 색채와 대칭의 조화를 통해 구축한 유희영의 독창적인 미학적 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1960년대 국전을 통해 이름을 알린 유희영은 서정 추상과 기하 추상 사이에서 끊임없이 변화와 발전을 거듭했다. 그의 예술적 여정은 한국 추상미술의 흐름을 반영하는 동시에 그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1960~1970년대에는 역동적인 운동감이 느껴지는 자유로운 붓질로 그려낸 작품을 선보이는 서정적 추상기를 거쳤으며, 1970~1980년대에는 비정형의 뜨거운 추상인 '잔상', '수렵도' 시리즈를 제작했다.
1980년대 작업에서는 색채의 밀도와 변화를 탐구하며 기하학적인 구성을 통해 화면의 균형과 조화를 끌어냈다.
그의 작품에서 색채는 단순한 장식을 넘어 주제이자 의미를 담는 매체이다. 전통 유화 물감을 고수하는 그는, 하나의 색을 6~7회 이상 겹쳐 바르는 특유의 제작 방식을 통해 색채의 깊이와 밀도를 극대화한다. 수직과 수평의 균형은 화면에 정적인 울림과 함께 시각적인 안정감을 조성한다.
정병관 미술평론가는 그의 작업이 충북 옥천에 위치한 초록빛과 하늘이 사방을 감싸고 있는 숲속 작업실에서 오랜 명상을 통해 탄생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한다.
'ㄱ, ㄷ, ㅁ, N' 등 문자를 연상시키는 색 띠에는 속도감과 시간성이 담겼으며, 반복되는 색 띠는 색명에 생동감을 부여해 감각적인 리듬을 형성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단순한 듯, 깊이감 있는 침묵의 레이어를 통해 보이지 않고 닿을 수 없는, 그러나 가까이에 있는 심원한 내적 세계로 안내하는 듯하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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