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매달린 '독수리'…독일 신표현주의 거장 바젤리츠 개인전

타데우스 로팍 서울서 11월 9일까지

게오르그 바젤리츠, 존재하지 않았던 세계, 펠트 모자와 함께(Welten, die es nicht gab, mit, Filzhut), 2023. 캔버스에 유채. 200 x 120 cm (78.74 x 47.24 in). ⓒ Georg Baselitz. Photo: Ulrich Ghezzi.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11월 9일까지 그림을 거꾸로 그리는 것으로 유명한 독일 작가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개인전 '독수리'를 개최한다.

바젤리츠의 작품은 2007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개인전을 통해 한국에 소개됐다. 이번 전시는 2021년 타데우스 로팍 서울의 개관전을 잇는 작가의 국내 세 번째 개인전이다.

1960년대부터 자신의 광범위한 작품 세계를 참조하고, 미술사에 호응함으로써 꾸준히 형식적 발전을 취해왔던 그는 이번 전시에서 작품 세계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인 독수리를 재조명하는 신작 드로잉과 회화 연작을 선보인다.

다채로운 임파스토 기법으로 묘사된 독수리는 비정형의 바탕 위에 크고 강렬한 제스처로 자리한다. 푸른 바탕 위 독수리는 검은색을 비롯한 두세 가지 색채로 구성되며 특유의 활력을 띤다.

바젤리츠는 붓 대신 스패출러를 사용한다. 이것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흔적은 렘브란트의 중후기 작품, 더 나아가 호쿠사이의 펜과 잉크 드로잉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펜과 잉크로 그려진 드로잉 속 독수리는 깊은 산세를 배경으로 자리한다. 이는 작가가 처음으로 독수리를 탐구하기 시작한 작품에 기인한 것으로, 산 위를 비행하는 독수리 두 마리를 그린 그의 초기작, 그의 나이 15세에 그린 작품을 직접적으로 참조한 것이다.

바젤리츠의 회화적 어휘는 끊임없이 갱신되어 왔지만, 그의 부인 엘케(Elke)를 비롯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몇몇 주요 소재는 지속해서 탐구되어 왔다.

작가가 독수리를 반복적으로 탐구하는 바탕에는 독일의 국가 문장(紋章) 상징으로서 그것이 지니게 된 의미에 대한 성찰이 기저에 있다.

바젤리츠의 작품 세계는 드레스덴에서의 유년 시절과 이후 베를린에서 지내며 쌓인 경험과 각인된 인상으로부터 비롯된다.

작가는 과거의 모티프로 돌아가 골몰함으로써 회화의 의미를 성찰한다. 그는 이런 자기참조성에 대해 "나는 계속해서 내 자신 속으로 빠져들며, 내가 하는 모든 일은 다 내 자신으로부터 나온다"고 이야기한다.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