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철 "발레밖에 몰랐다, 후회는 없다…가장 짜릿한 순간은"(종합)

'라 바야데르'로 전막 주연 데뷔…전민철 인터뷰
오는 27~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서 공연

'라 바야데르' 연습 중인 발레리노 전민철(유니버설발레단 제공)

"고등학생 때부터 발레밖에 모르고 살아왔어요. '좀 더 놀 걸' 하는 생각은 별로 안 들어요. 후회도 없고요. 지금의 성과가, 노력을 들인 시간의 결과임을 느낍니다."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7년 전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해 무용이 좋다며 눈물을 흘렸던 소년은 어느덧 주목받는 청년 무용수로 성장해, 세계적인 발레 명문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을 앞두고 있다. 그가 출연하는 공연 티켓을 사려면 치열한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을 각오해야 할 정도. '발레계 아이돌' 전민철(20·한예종 3학년) 얘기다.

전민철은 12일 '라 바야데르' 공연을 앞두고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회의실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제 일상이 발레인 것 같다"며 "발레에선 끈기와 열정이 중요한데, 제 성격과 맞는 듯싶다"며 순박하게 웃었다.

'라 바야데르'는 유니버설발레단이 창단 40주년 기념으로 오는 27~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이는 공연이다. 전민철은 이 공연에서 주역 '솔로르'를 맡아 마지막 공연 날인 29일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으로 그는 전막(全幕) 발레에 처음으로 도전한다.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를 뜻하는 '라 바야데르'는 인도의 힌두 사원을 배경으로 힌두 사원의 무희 니키야와 전사 솔로르, 솔로르를 사랑한 공주 감자티의 비극적인 삼각관계를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연을 맡은 소감에 대해 전민철은 "이런 기회가 올 줄 몰랐다"면서 "제가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인데 여태까지 실제로 공연을 본 적이 없었다, '라 바야데르'를 하게 되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번 '라 바야데르' 공연에서 호흡을 맞추는 전민철('솔로르' 역)과 이유림('니키야' 역).(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주인공 '솔로르'와 본인의 공통점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는 "저와 솔로르는 정말 닮은 점이 없다(웃음)"고 했다. 왜 그렇게 생각할까.

"솔로르는 전사이다 보니 무척 강인해요. 저는 강단 있는 성격이 아닙니다(웃음). 저와 닮은 점이 없다고 해서 표현하기가 어려운 건 아닙니다. 강인한 전사 솔로르를 표현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국보급 발레리노'로 불리는 그도 슬럼프를 겪었다. 발레를 전문적으로 배운 시기가 또래보다 늦었던 탓에 선화예중으로 편입한 후 자존감이 뚝 떨어졌었다고 했다. "친구들과 비교해 보니 제 실력이 안 좋았다,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저 스스로를 깎아내리게 됐다."

그러다 전민철은 생각을 고쳐먹었다. "제가 잘 표현할 수 있는 춤과 친구가 잘 표현할 수 있는 춤은 다르더라"라며 "친구가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을 받는 부분이 있듯이, 저도 제가 인정받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비교 의식에서 싹트는 열등감을 극복해 나갔다.

다시 발레에서 행복을 찾은 전민철은 "후회 없는 공연을 마치고 커튼콜(무대인사)을 할 때가 가장 짜릿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 바야데르' 공연에서도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 20대의 전민철이 표현할 수 있는 솔로르를 선보이겠습니다. 제가 아직 삼각관계를 경험해 보지 않았지만(웃음), 춤과 연기 등 현재 제게서 나올 수 있는 최대한의 기량을 펼칠 겁니다."

j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