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 문법으로 재탄생한 컨스터블…션 스컬리 개인전 '소울'

타데우스 로팍 서울서 11월 9일까지

션 스컬리, 랜드라인 드리프팅(Landline Drifting), 2024, 알루미늄에 유채, 152.4 x 134.6 cm (60 x 53 in),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 • Paris • Salzburg • Seoul ⓒ Sean Scully Photo: Eva Herzog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11월 9일까지 아일랜드 출신 작가 션 스컬리의 개인전 '소울'(SOUL)을 개최한다.

션 스컬리는 선과 블록 모티프를 주축으로 추상 탐구를 전개해 왔는데, 이번 전시는 작가 작품 세계의 근간이자 그의 예술적 발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온 '장소'의 개념에 주목한다.

스컬리는 이번 신작이 도시의 환경뿐만 아니라 특정 장소에서 특정 순간에 포착되는 대기를 화폭에 담고자 몰두했던 영국의 풍경화가 존 컨스터블이 구현하는 '정밀한 빛' 표현으로부터 지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는 컨스터블의 목가적인 화면에서 이뤄지는 어둠과 빛의 상호작용과 강렬한 대비 표현을 자신만의 고유한 추상 문법으로 재해석한다.

색채를 조합하고 그 미묘한 차이를 활용함으로 구현되는 작가 특유의 빛 표현은 그가 멕시코 유카탄(Yucatán)주에서 마주했던 마야 성벽에 비친 빛, 그리고 그것이 고대 돌담에 생기를 불어넣는 방식으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이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연작 '월 오브 라이트'에서 그 정수를 확인할 수 있다.

션 스컬리, 월 런던 그린(Wall London Green), 2024, 린넨에 유채, 172.7 x 157.5 cm (68 x 62 in),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 • Paris • Salzburg • Seoul ⓒ Sean Scully Photo: Eva Herzo

수평과 수직을 축으로 불규칙하고 어긋나듯 배열된 색채 블록은 마치 벽 틈새로 빠져나오는 빛을 연상시킨다. 붓놀림의 층위가 두드러지는 근작에서는 점차 자유로워지고, 보다 과감해진 작가의 표현적인 붓놀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스컬리는 회화의 본질과 과정을 가시화함으로써 끊임없이 변화하는 찰나적인 빛의 특성을 포착하는데, 이에 대해 독일 미술 평론가 한스-요아힘 뮐러(Hans-Joachim Müller)는 "그의 그림은 각각 고유한 대기와 감정적 형세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작 회화 연작 '랜드라인'은 작곡 기법인 음렬주의로부터 영감을 받아 출발했다. 작가는 음, 음색, 리듬과 같은 음악적 요소들을 나열하고 반복함으로써 곡을 구성하는 기법을 자신만의 추상 언어로 치환한다.

수평선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일견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색면 회화와 교차하는 듯 보일 수 있으나, 스컬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결이 다르다.

미국 추상표현주의자들이 일종의 숭고미를 추구했다면, 작가는 수평선으로 대지를 환기하며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의 현대적 실존 관계를 다루고자 한다.

Sean Scully Painting Wall Melancholia 3 ⓒ 2018 Photo by Nick Willing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