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화산이 폭발했다
미술관 뒤덮은 용암, 검게 말라 비틀어진 동식물…창조·파괴의 순환적 본질
K&L 뮤지엄, 클라우디아 콤테 국내 첫 기관 개인전…9월2일~12월28일
- 김일창 기자
(과천=뉴스1) 김일창 기자 = 미술관에서 화산이 폭발했다. 나무는 말라 비틀어 검게 그을렸고, 동물들은 시간이 멈춘 듯 박제돼 있다.
스위스 현대미술가 클라우디아 콤테(Claudia Comte)의 국내 첫 기관 개인전 '재로부터의 부활: 재생의 이야기'(Ascending the Ashes: A Tale of Renewal)가 경기도 과천 K&L 뮤지엄에서 9월 2일부터 12월 28일까지 열린다.
미술관 모든 층을 아우르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신작 조각, 대형 흙 벽화 및 바닥 그래픽으로 구성된 거대한 장소 특정적 몰입형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는 미술관 입구 앞 소규모 공간에 설치된 '디 어스 룸'(정글 회화작품과 다섯 개의 대리석 캔)으로 시작한다. 콤테는 이 작은 공간을 검은 흙으로 채우고, 흙 위에 다섯 개의 대리석 캔을 놓았다. 이 대리석 캔은 우리가 흔히 보는 알루미늄 음료 캔을 과장된 크기로 확대해 꾸겨 놓은 모양이다.
흙과 비정상적인 크기의 알루미늄 캔을 한 공간에 놓음으로써 콤테는 소비문화와 인간 소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비판한다.
본관에 들어서면 바닥에 용암이 흘러내리고 있다. 하얀 벽은 검은 흙이 뒤덮고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검은 대리석으로 만든 매머드의 엄니 조각이 놓여있다.
바닥의 용암은 최신 3D 시뮬레이션 기술의 결과물이다. 이 '용암 카펫'은 1층에서 시작해 2층으로 향하는 계단, 그리고 2층까지 하나로 이어져 있다. 마치 2층에서부터 용암이 흘러 내려와 1층을 뒤덮은 형국이다.
콤테는 분절된 장소마다 '매머드 엄니' 같은 조각을 놓았다. 풍화된 유목 위에 앉은 멸종된 황금두꺼비 한 쌍, 일부가 벌목된 나무에 앉은 벌새, 돌 위의 죽은 물고기, 불타버린 나무 그루터기 위의 이구아나가 주인공들이다. 공통점은 생명력을 상실한 듯 모두 검은색이다.
이런 각 요소는 예술과 생태의 융합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예술에 대한 다학제적 접근 및 환상적인 환경을 통해 기후변화와 생태계 보전과 같은 긴급한 문제들을 다루고자 하는 작가의 개인적인 바람을 드러낸다.
실제로 이번 전시는 독일의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조크의 다큐멘터리 '인투 디서 인페르노'에서 출발했다. 다큐멘터리는 저명한 화산학자 클라이브 오펜하이머가 활화산의 매력과 위력을 탐구하는 과정을 조명한다.
콤테는 화산이 자연경관, 인류문화, 환경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는 데 끼치는 영향을 탐구하고자 화산 활동과 전 세계 생물 다양성 및 환경의 지속가능성과의 연관성을 연구해 왔다.
결과적으로 전시장에 설치된 작업 역시 자연 속 창조와 파괴의 순환적 본질을 강조하며, 지질학적 힘과 생태학적 회복력 간의 섬세한 균형을 드러낸다.
아울러 단테가 '지옥'(Inferno)에서 육체적, 영적 지옥을 통과하는 여정을 묘사한 것과 유사한 맥락에서 구원이나 갱생을 향한 여정 혹은 빛을 찾는 탐색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유료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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