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련 "'봉련 햄릿'은 내 인생의 천운…복수극에 객석 들끓길"(종합)
연극 '햄릿' 기자간담회…이봉련, 햄릿 공주로 변신
오는 29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 정수영 기자
"햄릿을 연기하는 건 제 인생의 천운이다."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배우 이봉련(43)은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연극 '햄릿' 기자간담회에서 "여자 배우로서 햄릿 역의 제안이 올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햄릿을 준비하는 과정은 '햄릿은 이래야 하고, 희곡 속 주인공은 어때야 한다'라는 저의 편견을 깨는 과정이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 개막해 오는 29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이는 '햄릿'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지난 2020년 국립극단 70주년 기념으로 제작됐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대면 공연 없이 온라인으로만 선보였다.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햄릿은 왕자가 아닌 공주로, 칼싸움에 능한 해군 장교 출신이다. 이봉련은 2020년에 이어 이번에도 햄릿 공주 역을 맡아 광기 어린 연기를 선보인다. 그는 이 역으로 2021년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왜 '여성 햄릿'이었을까. 부새롬 연출은 이날 "원작을 읽으며 제가 불편하게 느꼈던 부분 중 하나가 그 당시 여성을 향한 차별과 혐오적 요소였는데, 그 부분을 들어내고 싶었다"며 "당시 영국의 왕이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었던 점에도 착안해 햄릿의 성별을 바꿔보면 어떨지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정진새 각색가도 '햄릿 공주'의 탄생 배경에 대해 부연했다. "현재를 사는 관객들에게 어떤 햄릿을 선보이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남성의 얼굴을 한 햄릿은 숱하게 봐 오셨을 테니, 여성의 얼굴을 한 햄릿을 선보이면 어떨까 싶었다"고 했다.
수많은 배우 중 이봉련을 햄릿으로 선택한 이유와 관련해 부새롬 연출은 "연기를 너무 잘해서였다,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고 '봉련 햄릿'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봉련은 그러나 '여성' 햄릿에 방점을 찍히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듯했다.
"작품 대본을 봤을 때 햄릿을 남자가 하든 여자가 하든 상관없을 것 같았다. 성별을 떠나 햄릿은 정의를 찾아가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이 여성 햄릿이기 때문에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어필하긴 어렵겠다. 그저 이 복수극에 객석이 즐겁고 들끓기를 바란다."
이번 작품에서 햄릿의 숙부 '클로어디스'는 김수현, 왕비 '거트루드'는 성여진, 햄릿을 추방하고 오필리어를 미쳐 죽게 만드는 '폴로니어스'는 김용준이 각각 연기한다. 이외에도 류원준, 안창현, 신정원 등이 출연한다.
오는 14일 공연을 마친 뒤에는 정진새 각색가, 부새롬 연출가, 박상봉 무대디자이너, 이봉련 배우가 참석하는 '예술가와의 대화'가 예정돼 있다. 서울 공연 종료 후에는 세종예술의전당(8월 9~10일), 대구 수성아트피아(8월 16~17일)에서 지역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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